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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로봇이 튀기는 치킨…대구 치맥축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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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대구광역시 달서구 두류공원 행사장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디떽`이 만든 `치킨봇`이 치킨을 튀기고 있다. [사진 제공 = 디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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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로봇이 치킨을 튀기고 있네."

지난 18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 마련된 대구치맥페스티벌 행사장.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치킨 부스에서 로봇이 자동으로 치킨을 튀기자 방문객들이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 로봇은 대구의 토종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디떽'이 만든 '치킨봇(치킨+로봇)'.

주방 선반에 고정된 로봇이 6개 관절을 사람 팔처럼 움직이며 치킨을 튀기고 있었다. 치킨봇은 두산로보틱스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협동로봇을 활용해 디떽의 소프트웨어로 구동된다. 로봇팔 끝에 바구니를 달아 정확한 시간에 맞춰 치킨을 튀기고 기름까지 털어내면서 자연스레 '로봇 셰프' 역할을 했다. 이근희 디떽 책임셰프는 "로봇은 조리시간을 정확히 지키기 때문에 튀기는 정도가 균일한 것이 장점"이라며 "아무리 뜨거운 기름 앞에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치킨을 튀긴다"고 자랑했다.

대구를 '치맥(치킨+맥주)'의 성지로 알린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산업과 관광이 융합된 국내 대표 축제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단순히 관광 축제가 아닌 산업 축제로까지 진화하면서 지역 경제와 관광객 유치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다.

올해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단연 '치킨봇'이었다. 아직 상용화 단계 전이지만 앞으로 상용화되면 치킨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치킨봇이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 소개된 치킨봇을 계기로 앞으로 치킨업계에서도 관련 로봇산업이 활성화될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축제에는 지역 경제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비즈니스 라운지'도 설치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행사기간 대구에 위치한 공기업 등 기관 단체장들과 지역 경제인들은 행사장을 함께 찾아 치맥을 즐기며 서로 정보를 교류하는 등 비즈니스의 장으로 활용했다. 지난 17일 개막일에는 국내에서 연수 중인 외국 공무원 50여 명도 행사장을 찾아 치맥을 즐겼다.

치맥페스티벌은 '영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영세한 치킨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10개 미만 가맹점을 보유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을 골라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올해에는 쭈쭈치킨과 속보인 닭강정이 선정돼 대구시와 한국치맥산업협회에서 관련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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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페스티벌은 매년 흥행 성적표도 새로 쓰고 있다. 2013년 처음으로 열린 치맥페스티벌은 첫해 방문객이 27만명에 불과했지만 2015년 88만명,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3년 연속 10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지난해 행사장에서는 치킨 43만마리, 맥주 30만ℓ가 팔렸다. 이런 성과로 치맥페스티벌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유망 축제'로 선정됐다. 축제 흥행이 이어지면서 올해는 치킨업체 40곳과 맥주업체 15곳이 참가하는 등 참가업체 수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구시는 올해 축제기간(17~21일)에도 방문객이 100만명이 넘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치맥페스티벌의 성공은 지역 산업 육성에 더해 '볼거리, 먹을거리'까지 축제의 성공 방정식을 모두 갖춘 것이 비결로 꼽힌다. 대구시는 치맥페스티벌 기간 서울역과 동대구역을 오가는 KTX를 활용해 '치맥열차'라는 관광상품을 운영했다. '치맥열차'는 치맥페스티벌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람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개발한 상품으로 대구시내 관광 후 저녁에 치맥축제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행사 기간 이 열차에 탑승한 외국 관광객은 200명에 달했다. 또 축제 메인 행사장인 두류 야구장에는 해외 관람객들을 위한 500석 규모의 '글로벌 존'도 운영해 단체 여행으로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또 다른 성공 비결은 '마실거리'의 다양화였다. 메이저 맥주 업체 편중으로 인해 맥주 맛의 다양성에 아쉬움이 많았던 만큼 수제맥주를 대폭 늘린 것이 흥행에 주효했다. 주최 측에서는 최근 주류세 개편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수제맥주 업체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수제맥주 전문관도 꾸미고 부스비 인하, 냉동 창고 제공 등 수제맥주 홍보와 마케팅 기회를 제공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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