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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국제유가 폭등·세계경제 침체"… 최악 시나리오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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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英 유조선 억류 ‘일촉즉발’
유럽 발칵… 이란 제재방안 강구
무력충돌 땐 석유시장 충격 심각
대부분 수입의존 韓·日·印 ‘취약’


파이낸셜뉴스

이란 남부 반다르 압바스 항구에서 20일(현지시간) 촬영된 영국 선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의 모습.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당 선박이 불법 행위를 저질러 억류했다고 밝혔으며 영국 정부는 강력 반발, 심각한 결과를 경고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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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최대 150달러까지 뛰고, 세계 경제는 미국을 포함해 침체에 빠지며, 세계 경제의 탈석유화가 가속화한다." 세계 석유 해상수송의 3분의1을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일촉즉발 위기에 몰리면서 나오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란이 영국 국적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이란과 서방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무력충돌로 치달으면 석유시장에도 심각한 충격파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석유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중동에서 석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 일본, 인도가 이같은 상황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가 뛰면 단기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유가 상승폭의 2배 이상 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란-英유조선 억류···유럽 발칵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해상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19일 이란 정부는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가 '무해통항(innocent passage)'을 위반한 혐의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억류했다고 국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영국과 유럽은 강력 반발, 이란의 자산 동결 조치 등을 포함한 외교·경제적 제재 방안을 강구중이다.

정치·리스크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 창립자인 이언 브레머는 이 지역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유가는 단숨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최대 15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예상했다.그러나 전쟁이 나더라도 국지전으로 그치면 유가는 다시 배럴당 80달러 수준에 안착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이보다 낙관적인 전망도 있지만 유가가 오른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휴스턴 라이스대 에너지연구소(CES) 선임 디렉터인 켄 메들록은 전쟁이 발발하면 곧바로 유가가 100달러까지 뛰겠지만 역내 석유수출이 탄탄한 모습을 입증하면 다시 80달러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들록은 비록 미국 셰일석유가 충격을 완화하기는 하겠지만 시장 혼란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삭소은행의 상품전략 책임자 올슬로스 한센은 유가가 9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세계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둔화 여파로 유가는 결국 붕괴할 것으로 내다봤다.

■악화시 유가 150弗, LNG 더 폭등세

석유보다 더 큰 충격을 받는 것은 LNG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맥쿼리 캐피털의 석유·가스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휴이트는 가격 상승폭이 유가의 2배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휴이트는 "유가가 뛰면 LNG 현물가는 (유가 상승폭의) 2배가 뛸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석유에 비해 LNG의 호르무즈 해협 운송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NG 가격이 일시적으로 뛰어도 오래 가지는 못한다는 전망도 있다. 1970년대 이란 정부 에너지 자문을 역임한 에너지 컨설팅업체 FGE의 페레이둔 페샤라키 회장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과 이에따른 보복공격이 발발하면 유가는 90~100달러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라면서도 LNG는 되레 충격이 덜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LNG 시장이 현재 과잉공급 상태인데다 이란과 관계가 좋은 카타르가 장악한 시장이어서 이란이 카타르를 출발하는 가스운반선을 공격하거나 나포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으로 봉쇄되거나 해상 운송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이 일본, 인도, 한국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이들 3개국이 중동 지역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주요 수송로가 차단되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침체·탈석유화 촉진

전문가들은 이 지역 전쟁과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에 침체를 몰고올 것으로 보고 있다. 삭소은행의 한센은 유가가 뛰면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경제가 침체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품시장에도 격변이 불가피해진다. 전쟁에 따른 석유공급 불안과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 확대에 따른 달러 추가 강세 2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다. 구리 등 산업용 금속은 경기하강에 따른 수요 둔화와 달러 강세가 겹쳐 폭락한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은 달러 추가 강세에도 불구하고 동반 상승하게 된다. 또 궁극적으로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의 탈석유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FGE의 페샤라키는 "석유는 어차피 10~15년에 걸쳐 자멸하게 된다"면서 "(유가 급등은) 이같은 흐름을 가속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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