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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관심 가져 달라”부터 지소미아까지…미국이 지렛대 돼달라는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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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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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근의 한·일간 갈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 바 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20일 “문 대통령이 한·일 갈등에 관여를 요청했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인 공개한 내용이다. 당시는 일본 언론이 보복 가능성을 지속해서 보도하는 시점으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2. 19일엔 정부 고위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났다. 한·일 갈등이 주요 주제였고, 관심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으로 쏠려있었다. 그간 “협상 카드로 검토한 적 없다”라거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던 기존 정부 입장과 달리 이 관계자는 “지소미아를 포함해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 주말 벌어진 두 장면이다. 발언 주체는 달랐지만 지닌 메시지는 닮았다. 점증하는 한·일 갈등 국면에서 미국을 갈등 해소의 지렛대로 동원하려는 것이다.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 이슈가 지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로 촉발한 북·미 정상회담이 급하게 확정되고 실제 미국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는 장면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급박한 흐름 속에서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일 갈등을 언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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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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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의 언급이 직접적인 손 내밀기였다면, 지소미아는 간접적이지만 ‘리스크가 큰’ 대미(對美) 카드다. 지소미아는 실제론 안보 분야에서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미국의 이해가 큰 사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제한이 시작된 이달 초부터 지소미아 카드를 검토해왔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협상 카드라고 말하기엔 현시점에서 민감한 문제라 쉽게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체결 과정에 담긴 함의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암묵적 옵션이었던 지소미아가 공개적인 협상 카드로 언급되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18일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요구하는 형식이었다.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라는 정의용 안보실장의 언급 이후 기류가 확 바뀌었고, 아예 “아직 아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은 없지만,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란 언급까지 나왔다.

실제로 지소미아 카드에 대해 미국이 반응하고 있다. “(한·일 갈등은) 양자가 해결해야 한다”며 관망하다가 정의용 실장의 발언 이후 미 국무부 발로 “미국은 지소미아를 전폭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과 한국을 연쇄적으로 찾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거란 관측이 많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볼턴 보좌관의 방문 목적으로 북핵 실무협상과 관련된 사안이 우선 꼽히지만, 이 과정에서 한·일의 안보협력을 점검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경제 갈등이 안보 영역으로 번지지 않도록 미국이 지소미아를 일종의 ‘방화벽’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소미아 카드가 자칫 일본에 ‘한국 패싱’의 빌미를 주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선 한국이 지소미아 재검토를 통해 동북아 전략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했고,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가장 우려되는 건 일본의 움직임으로, 미국의 불만을 이용해 한국을 3국 협력에서 배제한 채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미국이 지소미아를 협상 카드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맹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고, 한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것”(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호·이근평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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