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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韓 `지소미아` 꺼내자…`안보문제로 번질라` 트럼프 개입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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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정면충돌 ◆

매일경제

지난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멜라니아 여사(오른쪽 둘째)가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해 아폴로 11호 우주인과 가족들을 백악관 집무실에 초청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갈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관여 요청을 받았고, 두 나라가 다 원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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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 대해 공식적인 첫 반응을 내놓자 그 '진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일 양국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차원에서 갈등 중재에 나설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보복조치가 가시화된 이달 중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미국을 방문해 일본 무역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설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한일 관계를 해결할 방안은 미국의 중재가 유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 美, 안보에 영향 줘선 안돼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은 무역분쟁은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되, 경제 문제가 동북아 안보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관계 관여 의사를 표시하게 된 것은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부터로 보인다.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탈퇴 가능성은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체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북한 비핵화 문제, 아시아 역내 중국의 영향력 견제 등을 위해서는 한·미·일 동맹이 중요한데 한일 갈등 악화 시 이러한 '3각 연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전부터 "한·미·일 동맹은 북한 비핵화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한·미·일 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것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

청와대는 지난 19일 오전까지만 해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과 무관하게 유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으나 이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의 외교적 결례와 추가 보복조치 예고 이후 "교환하는 정보를 질적·양적으로 면밀히 분석해 최선의 결론을 내리겠다.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무역분쟁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을 당시 미국 국무부와 주한 미국대사관의 공식적인 입장은 '중재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었으며 현재까지도 뚜렷한 입장 변화는 없었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불똥'이 미국 기업들에까지 미치는 상황이 닥치면 미국의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매일경제

◆ 적극적인 개입은 거리두기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해 첫 공식 반응을 내놓았지만 '적극적인 중재'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정상이 원하면 관여하겠다" "그들이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 등 여러 전제조건을 달았다. 당장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우선 한일 당사자 간 해결에 방점을 둔 것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 시점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한일 정상 모두가 원할 경우"라는 대목이다. 일단 이 발언만 놓고 보면 한일 양쪽의 요청이 있으면 역할을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는 개입 요청이 없었다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중재 요청을 받았지만, 사실상 거절 의사를 완곡하게 표현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내가 얼마나 많은 일에 관여해야 하나. 북한 문제에도 관여해 당신을 돕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 사이에 관여하는 것은 '풀타임 직업' 같은 (힘든) 일"이라고도 했다.

◆ 청와대 '투트랙 대응' 논란

문 대통령이 한일 갈등 해결에 미국의 개입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되면서 청와대가 한일 갈등에 투트랙 대응을 진행해 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인 이달 4일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일본의 수출규제를 '보복조치'라고 규정하고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국무회의와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강대강' 대응 의지를 보이며 국민적 단합을 촉구했다.

하지만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과 관련해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근의 한일 간 갈등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 바가 있다"고 밝혔다. 한미정상회담은 지난달 30일에 열렸다. 일본이 본격적인 보복조치를 단행하기 전에 이미 미국에 사실상의 중재 요청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상회담 내용을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외교적 관례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영국 총리, 호주 총리, 멕시코 대통령 등과의 정상회담 또는 정상통화 내용을 공개해 상대국으로부터 외교적 반발을 샀던 바 있다. 정상회담이나 정상통화에서는 자국 국민들에게 온전히 공개할 수 없는 일종의 '물밑 협상'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주미 한국 대사관 직원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통화 내용을 발설했다가 기밀 유출 및 기밀 관리 소홀 등의 명목으로 무더기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전략물자 수출과 관련된 국제조직인 '바세나르 체제' 측은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한일 양자 현안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9일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지난 15일 바세나르 체제의 캐서린 코이카 의장, 필립 그리피스 사무총장에게 서신을 보내 '일본 수출 규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한 데 대해 바세나르 사무국으로부터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에 따르면 바세나르 사무국은 회신을 통해 "바세나르 사무국은 바세나르 협약의 효율적 기능에 동참하는 42개 참가국 모두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확인 드린다"면서 "바세나르 협약에 따라 정보 공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외에 각국 정책(관행)이나 회원국 간 발생할 수 있는 양자 현안에 개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세나르 체제는 재래식 무기와 전략물자·기술이 적성국가나 테러지원국에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조직으로 1996년 네덜란드 바세나르에 본부가 설치됐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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