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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靑 "개인 손배청구권은 여전히 유효"…日 "이미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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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정면충돌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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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이 무역보복 조치와 외교적 갈등에 이어 법리 공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가 '강제징용에 대한 보상은 해결됐지만 배상문제는 남아 있다'고 제기하면서 촉발된 한일 양국의 법리 공방은 1910년 한일 강제병합의 불법성 여부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법리적 허점, 2005년 한일회담 문서 공개 후속 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 자료 해석 문제로까지 번졌다.

◆ 보상과 배상의 구분

청와대는 21일 매일경제가 '강제징용자의 개인 손해배상청구권' 관련 근거에 대해 질의하자 '한일 청구권 협정 제2조 2항'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2조 1항에서 청구권에 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로 명시하고 있지만 2조 2항은 이에 대한 예외를 설명하는 조항이라는 것이다.

제2조 2항에는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 사례를 열거하고 있다. 1947년 8월 15일부터 협정 서명일(1965년 6월 22일)까지 일본에 거주한 사람의 재산·권리·이익은 보호받는다는 취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를 근거로 "한일 청구권 협정은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약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안의 본질은 정부 대 정부 차원이 아니라 강제징용 근로자의 '개인' 청구권 문제로, 이들에 대한 '보상'이 아닌 '배상'이 핵심 논점이라는 취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배상(賠償)'은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갚는 것이고, '보상(補償)'은 '적법행위'로 발생한 손실을 갚는 것"이라며 "1965년 한일 협정으로 한국은 일본에서 3억달러를 받았지만 이는 일본의 전쟁 범죄에 대한 '배상'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상과 배상이라는 법적 구분에 대해 신상목 전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일 문제에 있어서) 보상, 배상 개념은 국내적으로 법률 등에 의해 인위적으로 구분되는 것"이라며 "국제법, 특히 전쟁 등의 극단적 상황을 처리하기 위한 재정적 공여 의무 부담은 국내법적인 보상, 배상 구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협회 회장은 이날 국내 한 언론에 대한 기고문을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 등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국가 간 협정으로 소멸시킬 수 없다는 것은 국제인권법상 상식"이라며 "특히 일본 정부와 최고재판소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의 실체적 손해배상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

20일 오후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 100여 개 시민단체들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경제보복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연 뒤 대형 욱일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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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위로금 성격

참여정부는 2007년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자 7만2631명에게 국민 세금으로 위로금·지원금 6184억원을 지급한 것도 논란이 됐다. 더 이상 일본에서 받을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추가적인 국내 지원 조치를 취했다는 논리다.

당시 자료는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본에서 받은 무상 3억달러는 (중략) 한국 정부가 갖는 청구권,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자료 작성에는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와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민관공동위원장과 정부위원으로 각각 참여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보상'에 대한 내용이며, 위자료 등 '배상'에 대해서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고, 보상과 별도로 배상 문제가 남아 있었다면 당시에 국민 세금으로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왜 일본 정부와 기업에 배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있다.

◆ 국제법 위반 여부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던 중재위원회 구성도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일 청구권 협정상 제3조 1항의 외교적 경로가 종료되어야만 2항(중재위원회 구성)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일본은 3조 1항의 외교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상 경로를 통한 해결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재위 단계로 넘어갈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 주장이다. 반면 일본 측은 현재 상황은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제3조 2항 이후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지난 19일 담화문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거해 중재위를 설치하지 못하게 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한국의 1+1 제안에 대해서는 협의할 생각이 없으니 차례대로 제3조 2항·3항에 따라 중재위 구성을 요구한다는 논리다. 청와대는 설령 외교적 합의가 실패하더라도 중재위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양국 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제3조의 중재위 구성이 의무사항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11년 청구권 협정 제3조에 따라 위안부 피해 배상 문제를 협의하자고 일본에 요청했지만 일본은 응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이진명 기자 /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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