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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fn이사람]"철도인이라면 알아야 할… 120년 우리 철도사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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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온다’ 펴낸 배은선 송탄역장
예산·대체인력 등 부족에 철도인 양성교육 100년만에 중단
책 통해서라도 도움 주고 싶어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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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철도고등학교 1학년 업무과 첫 '철도개론' 시간. 중학교를 갓 졸업한 까까머리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철도는 사양 산업이라고.

"철도에 첫발을 내딛는 우리에게 처음 일러주신 말씀치고는 야박하고 냉정해 보였다. 당시에는 선생님 말씀대로 철도산업은 죽을 쑤는 분야였다. 도로와 자동차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로 철도의 수송분담률은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었고, 철도의 영업거리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0년 3월 국립철도고등학교 업무과에 입학하면서 철도와 인연을 맺은 뒤 올해로 36년째 전문 철도인 길을 걷고 있는 배은선 송탄역장(사진)은 40여년 전 선생님의 말씀이 "너희 앞날은 깜깜하다"는 의미였다고 회상했다.

"IMF 구제금융 이후 고속철도가 탄생하고 지구온난화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자 세상이 바뀌었죠. 철도가 굴뚝산업의 오명을 벗어버리고 일약 친환경 교통수단이자 첨단산업으로 떠올랐습니다"라고 배 역장은 설명했다.

이제는 거의 매년 실시되는 코레일 채용시험에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등 철도업이 선망의 직업이 됐다. 그러나 철도업이 철도인들에게 애정의 대상인지는 불확실했다.

1905년 시작된 철도종사원 양성교육이 100년 만에 중단되면서 철도인들에게 철도를 이해하고 아끼는 마음을 갖게 해줄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배 역장은 "운영기관의 양성교육은 채용을 기본전제로 시행되기 때문에 정신교육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일반 직업교육은 채용을 최종목표로 삼기 때문에 기능과 능력배양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며 "힘겹게 취업관문을 통과한 이들이 진정한 철도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운영기관이 도와야 하지만 예산과 대체인력 부족 등으로 실행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배 역장은 최근 철도 120년 역사를 담은 저서 '기차가 온다'를 출간하기로 결심하게 된 데는 이 같은 고민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맥이 끊어진 종사원 양성교육을 당장 재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철도사를 담은 책을 통해 철도인들에게 철도에 대한 이해를 돕기로 한 것이다.

배 역장은 "관심과 애정은 이해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며 "과연 철도가 무엇이며 어떻게 굴러가는 것인지, 우리나라 철도는 어떤 아픔을 이겨내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철도업계에 들어왔지만 정작 철도에 관심이나 애정이 없는, 그저 철도를 밥벌이 수단으로만 보고 있는 이들에게 철도에 대해 알려주고, 그들의 가슴에 철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 배 역장은 지난 2017년 시작된 '신한국철도사 편찬 관련 용역'에 코레일 쪽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올해 9월 7권의 결과물이 출간되면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배 역장은 "현장 역장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 조직에 전문가가 따로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 철도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를 전담하는 조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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