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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설]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는 조국 수석의 ‘페북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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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페이스북 정치’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조 수석은 일본 경제보복 사태와 관련해 어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며 “법적·외교적 쟁투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는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서희’의 역할과 ‘이순신’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도 썼다. 그제는 “(일본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것은 일본 정부 입장이며,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은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일 대일 ‘항전’을 주문하는 모양새다.

조 수석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이다”라고 했다. 조 수석의 ‘이적’ 발언은 비유적이지만 안보 협력국인 일본을 ‘적’으로 간주하고, 청와대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겠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13일에도 운동권 노래인 ‘죽창가’를 페이스북에 올려 반일감정을 조장했다. 조 수석은 13일 이후 9일간 38건의 일본 관련 글을 작성하거나 링크했다. 정부 사상 여태 이런 비서관이 없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진은 행동이 진중해야 한다.

조 수석의 행보는 대단히 부적절하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우리 사법부의 강제징용 판결 등을 이유로 무역 보복 카드를 꺼낸 것은 치졸한 일이다. 그렇다고 정부 당국자까지 나서 ‘적’ ‘쟁투’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국민을 선동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 없다.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한·일 양국 간 갈등을 고조시키는 게 민정수석의 역할인지 되묻게 된다. ‘친일파’ 운운하며 국민 편 가르기를 시도하는 일은 공직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민심을 진정시키고 외교 갈등을 해결해야 할 당국자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국민의 반일감정에 기댈 생각을 접고 국익에 입각한 현실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게 고위 관료의 온당한 처신이다. 조 수석의 페북 정치는 여권 내에서조차 시선이 곱지 않다. 페북 정치를 하려면 청와대 수석의 자리를 내놓고 정치권으로 가면 된다. 외교문제는 민정수석의 고유 업무도 아니다. 조 수석은 잇단 검증 실패로 진작 물러났어야 할 인사다. 조 수석은 임박한 개각을 앞두고 지명자에 대한 철저한 인사 검증에나 진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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