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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설] 컴퓨터 시뮬레이션 한·미훈련까지 北 눈치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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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한·미 군 당국이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행사 능력 검증을 위한 한·미연합연습 명칭에서 ‘동맹’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당초 이 훈련의 명칭은 ‘19-2 동맹’이 유력했으나 북한의 비난을 고려해 동맹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앞서 북한은 지난 16일 “19-2 동맹 훈련이 현실화하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북한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한·미 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하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혹여 동맹이란 표현을 뺀다면 과도한 북한 눈치 보기로 비난을 받을 것이다. 이번 연습은 컴퓨터시뮬레이션 훈련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도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명칭조차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다면 어찌 주권국가라 자처할 수 있겠나. 최종건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은 그제 “(한·미연합연습은) 공격적인 것이 아니라 동맹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연습이라면 동맹이란 단어를 뺄 이유가 없지 않나.

이번 시뮬레이션 훈련이 전작권 행사 능력 검증에 맞춰진 것도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작권 전환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2022년까지 서둘러 끝낼 사안인가. 예비역 군 원로들은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전작권 조기전환은 이르다”며 사실상 연기를 건의했다. 한·미연합사부사령관 출신인 참석자는 “북한은 남한에 히로시마에 떨어진 것과 비슷한 위력의 핵무기 공격을 할 수 있다”며 “북한 위협이 해소될 때까지 현재의 한·미연합사 지휘 구조와 작전통제 체제는 바꾸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귀담아들어야 할 원로의 고언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 등으로 군 경계망까지 의심을 받는 처지가 아닌가.

문 대통령은 군 원로들의 우려에 대해 전작권 전환 후에 기존 한미연합사가 미래연합군사령부 체제로 개편되면 오히려 한·미연합 방위력이 강화된다고 했다. 수긍하기 어렵다. 안보 현실은 대통령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 미국은 전작권 이후의 연합사에 대신해 유엔사를 강화하려 한다. 우리와 상의도 없이 일본과 독일을 유엔사 회원국에 참여시키려 했다는 징후까지 포착된 마당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전작권 전환은 우리의 작전 수행능력과 북한 비핵화 조치 등을 살펴 신중히 추진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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