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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사설] 현대차 위기 몰려오는데 노조는 또 파업 깃발 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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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는 지난 19일 열린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직후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올해도 일찌감치 파업을 예고한 셈이다. 교섭 결렬을 선언한 만큼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거쳐 이달 말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파업권을 확보한 이후 파업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인데 현대차가 처한 현실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다. 올해도 파업을 강행하면 8년 연속 파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뿐 아니라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0.9%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2조4222억원으로 47.1% 급감하며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신차 효과와 비용 절감으로 실적이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결코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와 수소 등 친환경차로 주력 제품이 바뀌고, 자율주행과 공유경제의 등장으로 수요가 급감하는 등 말 그대로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1년 앞을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자동차 업체들은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다. 팰리세이드 등 일부 인기 차종의 판매 증가로 작년보다는 좋아졌지만 국내외 자동차 수요 감소와 미·중 통상마찰 등 곳곳에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최근엔 일본의 수출제한조치로 부품 조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과도한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겠다니 답답할 뿐이다.

포드와 다임러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규모 감원과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강성 노조 탓에 구조조정은커녕 인력 전환 배치와 인기 차종 증산도 제때 못 하는 현대차와는 대조적이다. 이래서는 닥쳐올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지금 현대차 노조는 임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에만 매달릴 때가 아니다. 경영진과 힘을 합쳐 격변기를 넘어설 해법을 찾는 게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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