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비키니 라인’ 담낭절제술
담낭·자궁 동시 치료 단일공 수술
세계 최초 발표 침샘암 경부절제술 "
외과 의사에게 경험은 곧 실력을 의미한다. 임상 현장이 아니면 배울 수 없는 해부학적 지식과 수술 노하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로봇수술도 마찬가지다. 환자의 몸 상태와 장기·병변의 위치에 따라 ‘어떻게’ 로봇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와 환자의 삶의 질이 좌우된다. 아주대병원 김지훈(췌담도외과) 로봇수술위원장은 “개복·복강경 수술 노하우와 7000건 이상의 로봇수술 경험을 토대로 환자 맞춤 치료를 구현하는 것이 아주대병원의 강점”이라며 “선제적으로 로봇수술을 시행한 결과 지금은 모든 진료 과(科)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은 외과·이비인후과·산부인과 등 다양한 질환에 7000건 이상의 풍부한 로봇수술 경험을 토대로 환자 맞춤 치료를 시행한다. 이남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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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간 로봇수술 7000여 건
아주대병원의 로봇수술은 단순히 개복·복강경 수술을 대체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팔, 선명한 3차원 확대 영상 등 로봇수술의 장점을 극대화해 미용·기능적으로 우수한 치료법을 잇따라 개발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비키니 라인’ 로봇 담낭절제술이다. 윗배가 아닌 아랫배를 절개해 담석증·담낭염 등 담낭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아주대병원이 국내 최초로 고안한 수술법이다.
시작은 우연한 계기였다. 2010년, 한상욱(위장관외과) 병원장은 김욱환(췌담도외과) 교수에게 담석증을 동반한 위암 환자를 로봇으로 동시에 수술하자고 제안했다. 추가 마취·절개가 필요 없어 환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로봇수술에 위암(배꼽 부위)과 담석증(명치 부위) 수술 위치는 고정돼 있었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던 때였다.
하지만 아주대병원 로봇수술팀의 생각은 달랐다. 딱딱한 복강경과 달리 자유로운 로봇 관절을 이용하면 새로운 ‘수술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아랫배로 접근해 수술하면 통증이 적고 흉터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었다. 치열한 고민 끝에 위암의 절개 부위를 이용한 담낭절제술에 성공했고, 이 경험을 발전시켜 마침내 ‘비키니 라인’ 로봇 담낭절제술을 완성하게 됐다.
성공의 경험은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졌다. 현재 아주대병원은 자궁근종 등 부인과 질환과 담낭 질환도 로봇으로 동시에 치료하고 있다. 대부분이 배꼽에 구멍 하나만을 뚫는 단일공 로봇수술로 진행된다. 백지흠(산부인과) 교수는 “위치가 멀리 떨어진 두 장기를 단일공 로봇수술로 한번에 치료하려면 각 진료과의 실력과 의료진 간 소통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단일공을 포함해 풍부한 로봇수술 경험을 갖췄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주대병원 로봇수술팀의 전문성은 암(종양) 치료에서도 빛을 발한다. 두경부·갑상샘 종양을 로봇으로 제거하는 김철호(이비인후과) 교수는 2014년에 귀 뒷바퀴를 절개해 침샘암을 떼는 로봇 경부절제술을 ‘국제두경부외과학회지’에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종전에 목을 절개했던 것과 비교해 절개 범위, 피부 감각 손실을 크게 줄인 방식이다. 김 교수는 “로봇 경부절제술은 단순히 미용상의 효과를 넘어 통증 감소 등 기능적으로도 우수한 수술법”이라고 강조했다.
로봇수술의 초석을 다진 한상욱 병원장은 국내에서 위암 로봇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의사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다양한 치료 경험을 토대로 로봇수술 효용성을 평가하는 다기관 공동연구의 책임자를 역임하기도 한 로봇수술의 권위자다. 한 병원장은 “위암 수술은 100개가 넘는 혈관을 처리하고 접근이 어려운 췌장 뒤 림프절을 절제하는 등 세밀한 술기가 요구된다”며 “이런 점에서 마음대로 구부러지는 팔과 고해상도 카메라가 달린 로봇수술의 이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잘린 위장관을 로봇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승엽(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장·직장 종양 치료에 합병증 거의 없이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로봇수술과 관련된 책을 집필하는 등 첨단 장비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수술을 선보인다. 흉부외과는 주로 식도와 종격동(심장 앞뒤 공간)에 생긴 종양을 로봇으로 치료한다. 유우식(흉부외과) 교수는 “특히 식도암 수술에서는 목소리 보존을 위해 ‘되돌이 후두 신경’ 주변의 림프절 절제가 중요한데 로봇을 이용하면 좁은 흉강 안에서도 더욱 섬세한 수술이 가능해 완치율을 높이고 환자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병증 0’ 각종 암 치료 도전
전립샘암은 골반에 가려져 있어 치료가 어렵고 수술 후 요실금·발기부전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다. 이를 극복할 아주대병원의 ‘무기’ 역시 로봇수술이다. 추설호(비뇨의학과) 교수는 “로봇으로 전립샘암과 초기 신장암을 수술해 주변의 신경·혈관 손상을 최소화한다”며 “향후 까다로운 방광암 치료도 로봇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갑상샘암을 책임지는 이정훈(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도 환자 선호도와 종양의 위치·전이 여부에 따라 겨드랑이(액와부 접근), 겨드랑이·유륜(BABA 접근), 아랫입술(경구 접근) 등을 다양한 로봇수술 방법으로 집도하고 있다. 김지훈 로봇수술위원장은 “11년 전 로봇수술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정기적으로 의사·간호사가 참여하는 로봇수술위원회를 열어 최신 지식과 각 진료과의 경험을 공유해 왔다”며 “향후 로봇수술위원회를 센터화해 관련 장비를 확충하고 연구·교육 시스템을 체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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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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