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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한국 번영이 日 번영… 한국 희생시켜 日 좋을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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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국회의원 외교현안 특별간담회’ 참석 日 야나기모토 참의원 / “감정 뒤로하고 인적·문화 교류 늘려야” / 오제세 “피해 국민 배상 정상들이 풀어야” / 김규환 “정치가 문제… 타개 위해 노력을”

세계일보

야나기모토 다쿠지 일본 참의원.


21일 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한 ‘한·일 국회의원 외교현안 특별간담회’는 경색된 한·일 관계를 타개하려는 양국 의원들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제기된 자리였다. 특히 이날 참의원 선거가 열린 일본을 뒤로하고 한국을 찾은 일본 자민당 소속 야나기모토 다쿠지(柳本卓治) 참의원의 발언은 일본 정치권 핵심부의 의중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야나기모토 의원은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방침이 참의원 선거용인지 여부’를 묻는 말에 “100% 그런 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치 상황이 한국을 공격해야 자민당이 이기는 상황이 아니고, 이런 점과 관계없이 자민당 승리는 예정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관련 판결 사이 연관성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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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강경 태도의 이유에 대해 “안전보장 문제 때문에 그렇다”며 “수출 품목이 원래 목적과 달리 쓰이고 있거나 해외로 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주장과 유사하다. 이런 지적을 제기하자, 야나기모토 의원은 “아베 총리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 그의 발언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다른 속내를 갖고 있거나 계획을 지니고 한 발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까지 직접 찾아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라며 “한반도 통일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게 (한·일 관계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을 희생시켜 일본이 좋은 것은 없고, 한국의 번영이 일본의 번영”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강경한 태도가 한국 내의 지일파 입장까지 곤혹스럽게 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공감을 표했다. 야나기모토 의원은 “한국을 홀대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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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한·일 국회의원 외교현안 특별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연아 천주평화연합(UPF) 한국의장,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 가지꾸리 마사요시 UPF 일본회장, 야나기모토 다쿠지 일본 참의원,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 송광석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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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기모토 의원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일본이 피해를 끼친 데 대해선 저 자신도 일본이 가해자라는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당시엔 군부정권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어 문제가 많았다”며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일본이 한국에 유·무상 5억달러의 지원을 했고, 문제가 되고 있는 징용공 문제를 포함해 양국 간의 문제는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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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충청남도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한일 국회의원 외교현안 특별간담회'에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 야나기모토 다쿠지 일본 참의원,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 등 참석자들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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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의식이 과거 ‘간 나오토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에 비해 퇴보하고 있다는 기자의 주장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그는 “일본이 한국에 피해를 많이 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양국이 우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나기모토 의원은 한·일 관계의 위기 상황에서는 양국 모두 감정을 뒤로하고, 인적·문화적 교류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적 경험과 생각도 피력했다. 그는 “양국 교류를 통한 관계 개선에 종사해 왔다”며 “오늘은 참의원 선거지만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제가 오히려 여기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기 오면서 표를 좀 잃는 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지만, 양국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웃었다.

야나기모토 의원은 무엇보다도 한·일 정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이 하루속히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선거가 끝나고, 내각을 개편해 새 장관들을 임명하는 시기가 8월”이라며 “새로운 아베 내각이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양국 정상이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냉각기의 장기화는 양국 모두에 좋지 않을 것이며, 이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중에도 양국 관계에 흠이 남는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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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에 앞서 가진 한·일 의원들의 간담회에서는 시종일관 양국 정치권의 잘못을 지적하는 자책이 쏟아졌다. 지한파인 야나기모토 의원과 지일파인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은 “정치가 문제”라며 “심각한 양국 관계의 타개를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자리를 함께한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정치권과 언론, 민간이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 사회를 맡은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은 “제가 김대중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는데, 양국의 미래를 논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지금의 양국 정부에 명확한 지침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나기모토 의원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1960년대에 만든 일본 의회의 한일협력위원회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중의원 6선을 거친 뒤 참의원으로 당선된 7선 의원이다. 대표적인 한국 교민 밀집 지역인 오사카에서 시의원을 지냈으며, 일본 정치권에서 약 40년간 한·일 의원 교류에 앞장서 왔다. 바둑 애호가이기도 한 그는 바둑문화진흥의원연맹 회장을 맡아 한국 국회기우회 의원들과 교류하고 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 비서를 지냈으며, 일본 노동성 차관, 환경성 차관, 자민련 부간사장, 참의원 헌법심사회 회장 등을 지냈다.

천안=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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