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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백남준의 정신은 지금도 살아있기에… 생신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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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기념관·아트센터서 여든일곱 번째 생일 기념 행사

"라디오 체크, 라디오 체크. 당신이 음악과 예술을 새로 만드느라 매우 바쁘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우리는 간단한 두 가지 메시지를 보내려 합니다. 하나, 백남준 선생님 생일 축하해요! 둘, 앞으로도 혁신적인 작품으로 계속 놀라게 해주세요!"

지난 20일 오후,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여든일곱 번째 생일을 맞아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 모인 관람객 20여명은 이 같은 메시지를 백남준 작품 'TV 정원' 앞에서 차례로 낭독했다. 백남준의 동료 음악가 벤 패터슨이 백남준 생일을 기념해 2010년 진행한 무전통신 퍼포먼스를 각색한 것이다. 녹음된 음성이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고, 이윽고 관람객들은 각자 받아든 생일 폭죽을 터뜨렸다. 박상애 기록연구사는 "기일이 아닌 생일을 축하하는 건 '백남준 정신'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백남준 생일인 지난 20일, 생일 고깔을 쓴 박승원 작가가 관람객 앞에서 '백남준에게 보내는 인사'를 낭독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창신동 주민들이 직접 차린 백남준 생일상.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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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백남준이 관람객을 예술 안으로 적극 끌어들였듯, 이날의 생일 잔치 역시 '상호 연결'이라는 철학의 재확인이었다. 식물과 함께 TV를 꽃처럼 배치한 'TV 정원' 앞에서 관람객이 이산화탄소가 담긴 유리병을 열고 바람을 불어주는 퍼포먼스도 그중 하나. 센터 측은 "사람이 내쉰 이산화탄소로 식물은 숨을 쉰다"며 "바람을 부는 행위가 생일 촛불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우예슬(30)씨는 "'너 아니면 나'가 아닌 '너와 나'의 관계를 지향했던 백남준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창신동 백남준기념관에는 상다리 휘는 생일상이 차려졌다. 창신동 주민 10명이 손수 마련한 떡·편육·잡채·수박화채 등 70인분이었다. 전자기술자 이정성(75)씨는 "미국 뉴욕에서 함께 여러 해 작업하면서 선생님 생신 잔치를 겪어왔다"며 "촛불도 케이크도 없었지만 갈비 푸짐히 먹고 스태프들과 전시 의견을 나누던 당시가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백남준이 유년 시절 살던 옛 집터에 2017년 개관한 이 기념관에서 주민들과 예술가들의 협력 전시 '석가산의 액션뮤직'이 이날 개막했고, 백남준 유치원 친구인 수필가 이경희, 이종사촌 동생 고혜련 등이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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