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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구골’에서 이름 따온 ‘구글’…처음부터 빅데이터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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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5대 기업 FAMGA… 모두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거대 데이터센터…美 1862개, 中 79개, 日 44개, 韓 17개

조선일보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수학에서 ‘구골(Googol)’이라는 단어가 있다. 구골은 10의 100 제곱을 가리키는 숫자이다. 즉, 1 뒤에 0 이 100개나 달린 거의 무한대 숫자이다. 그래서 이 구골은 우주의 모든 원자의 수보다 많은 엄청나게 큰 숫자이다. 바로 이 ‘구골’이라는 단어를 따서 현재의 글로벌 선두 기업인 ‘구글(Google)’이라는 회사명이 탄생했다.

이처럼 구글은 1998년 회사 이름을 처음 정할 때부터 빅데이터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글의 검색 기능은 미끼이고 목적은 빅데이터 확보이다. 구글은 여기에 더해 최근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기능까지 결합하여 더욱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고, 그 결과 마침내 '빅데이터 플랫폼' 제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전 세계 주가 총액 기준 상위 5대 기업들인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이 바로 이와 같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들이다.

◇빅데이터 수거 장치, AI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이 플랫폼의 세 가지 요소

빅데이터 플랫폼은 세 가지 핵심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제일 먼저 대규모의 실시간 '빅데이터 수거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스마트폰, 유튜브, 인터넷 검색기, 전자상거래, 공유 경제가 이러한 빅데이터를 수거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여기에 더해지고 있고, 미래에는 자율 주행 자동차가 주된 빅데이터 수거 장치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이때 발생하는 데이터의 양은 인간이 함께 지내는 시간에 비례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데이터센터'로 불리는 빅데이터 저장 장치와 이러한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서비스의 몰입도, 정확성, 예측력 그리고 효율 향상을 위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이용해서 경쟁력이 있고 차별적인 서비스를 창출해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시장을 독점하려는 모델이 필요하다. 적용 가능한 사업 분야로는 생산, 물류, 에너지, 자원, 환경, 교통, 금융, 보험, 의료, 제약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진다. 빅데이터 플랫폼에서는 바로 이 세 가지 구성 요소들을 결합해서 기업들이 효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자본, 노동, 시간,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극단적으로 절약한다. 그 결과 이익을 극대화하고 시장을 지배한다. 이렇게 되면 인공지능에 기반한 사업의 판단력과 예측력은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신의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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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구 전체가 매 순간 죽을 때까지 데이터를 끊임없이 생산한다. 숨 쉬는 것도, 눈 깜빡이는 것도 모두 데이터가 된다. 이렇게 생산된 빅데이터는 데이터센터의 반도체 메모리에 영원히 저장된다. 따라서 데이터가 쌀이자 원유이고, 권력과 힘의 원천이다. 이럴 때 바로 국가별 데이터센터 숫자의 비교가 각 국가의 정확한 미래 경쟁력 지표가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재 미국에는 거대 규모(Massive Size) 이상의 1862개의 데이터센터가 있고 중국에는 79개, 일본에는 44개가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단지 17개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네이버의 제2 데이터 센터 설치가 용인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소비자의 몰입과 종속이 빅데이터의 양과 질을 결정

빌 게이츠는 최근 다시 회사를 차린다면 '책 읽는 AI 컴퓨터'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인류의 유산이 축적된 책으로부터 빅데이터를 모으려는 생각이다. 또 다른 플랫폼의 탄생이 기대된다. 이처럼 성공할 수 있는 신규 빅데이터 플랫폼의 특징은 방대한 데이터와 함께 편리함과 중독성을 무기로 끊임없이 사용자 스스로가 데이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소비자의 몰입과 종속 정도가 수거하는 빅데이터의 양과 질을 결정한다. 동시에 개인의 정보 보호벽을 넘을 만한 공동 이익을 소비자에게도 제공해야 하는 숙제도 갖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빅데이터 플랫폼 확보를 위한 창조적 노력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 다행히 국내 기업들은 세계 선두의 하드웨어 기반 플랫폼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TV, 냉장고, 에어컨, 주방 기기 등 가전 기기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있다. 이 장치들에 수많은 센서를 설치하고, 생산된 데이터들을 소비자의 동의하에 원격으로 모을 수 있다. 이 기업들이 하드웨어 제품들을 판매하면서 가격을 일부 지원해 주거나 차별화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해서 그 반대급부로 여기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그러려면 경쟁 기업 제품에 비해서 탁월한 기능과 서비스를 가지면 된다. 이 서비스들은 흡인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음성 인식과 영상 인식에 기초한 인공지능 서비스 등이 그에 해당한다. 이렇게 빅데이터를 모아 제품 시장 지배와 더불어 시장 예측, 수요 예측, 신규 서비스 창출, 상품 추천, 맞춤형 광고 등과 같은 추가적이고 차별적인 수익 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

최근 소프트뱅크 대표이사 손정의 회장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조금 다르게 실천적으로 강조한다면 ‘첫째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 둘째는 빅데이터 확보, 셋째는 플랫폼 구축’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나타날 성공적인 벤처 기업과 혁신 성장 기업들은 대부분 이러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들이 될 것이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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