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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렌즈타고 한국여행] 노을이 빚은 최고의 절경, 한려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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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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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시작되는 플라스틱 공장은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딱딱하고 답답한 곳이다. 공장 안 늘어진 수많은 기계가 일제히 움직이며 머리 아픈 소음을 뿜어낸다.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건물 밖을 향한다. 내리쬐는 햇볕이 강하다. 해 질 녘 공장 일이 끝나거든 항상 집으로 돌아가 렌즈에 담을 다음 풍경을 고민한다. 일상의 낙이라면 필시 이 순간일 테다. 낮에 눈부시게 빛나던 태양이 떠올랐다. 햇빛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담아보고 싶어졌다.

태양을 주제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다 한려해상이라는 독특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산 넘어 펼쳐진 바다 위로 노을이 녹아내린다는 설명이 언뜻 베트남의 섬과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라 구미가 당겼다. 타국에서 찾을 고향의 모습이 으레 큰 기대로 다가왔다. 주저 없이 통영으로 향하기로 했다.

꽤 먼 걸음을 해야 했기에 인터넷에서 먼저 촬영할 장소의 사진을 찾아봤다. 들은 그대로 산과 바다, 노을이 조화를 이루는 절경이 화면을 메웠다. 사진 속 구도를 참고로 어디서, 어떻게 풍경을 담을지 미리 고민해 본다.

다음날 설레는 마음으로 통영에 도착했다. 가득 찬 기대만큼 카메라 가방 속도 가득 차 무게가 제법 나간다. 숨이 턱 막히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60m 높이의 미륵산을 쉴 새 없이 올랐다.

화면으로 보던 모습이 눈앞에 그대로 펼쳐졌다. 굽이진 산맥이 마을을 감싸고, 그 뒤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숨이 탁 트인다. 이내 구름 사이로 붉은 빛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태양이 모습을 반쯤 드러냈을 때 비로소 카메라 생각이 났다. 서둘러 카메라 세팅을 한다. 가득 찬 장비 가방에서 꺼낸 것은 결국 손에 익은 카메라 하나. 달리 장비가 필요 없었다. 그저 내려앉는 태양을 중심으로 셔터를 누르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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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베트남에서 바라본 해안가 또한 이런 모습이었을까. 무심하게도 벌써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뚜렷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해 질 녘 노을이 주는 따스함은 다르지 않았으리라. 해가 넘어간지도 모를 정도로 오랜 시간 미륵산 정상에 머물렀다. 노을이 감싸 안은 흔적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어둠에 뒤덮인 산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며 속으로 생각했다. '누군가 한국의 절경을 묻거든 주저 없이 이곳을 이야기하리라.'

[칸 응히아(Khanh Nghia) 사진가]

※취재 협조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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