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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일본이 흔든 ‘반도체 사슬’, 세계 IT업체 불안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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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고객사 애플·아마존·구글

“납품에 차질 없나” 거듭 확인

대만의 반도체 제조 경쟁사조차

‘업황 나빠져 주문 줄어들라’ 우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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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가 글로벌 아이티(IT)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을 흔들 것이란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21일 업계 설명을 들어보면 애플과 아마존, 구글 등 미국의 대형 아이티 기업들은 최근 삼성전자 쪽에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디(D)램 등 반도체 납품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거듭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는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사들이다. 아마존은 삼성전자로부터 서버용 디램 등을 공급받고 있고, 애플의 아이폰에도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아이에이치에스(IHS)마킷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세계 디램 생산설비에서 64%의 점유율을 보였고 낸드플래시는 43.2%였다.

이번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퍼지면서 다른 나라 반도체 관련 업체들도 불안감을 앞세우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에서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라고 할 수 있는 대만 티에스엠시(TSMC)의 마크 류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일 올해 하반기 실적 전망을 밝히면서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를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고 꼽았다. 마크 류는 “한-일 갈등으로 인해 올 4분기 전망을 정확하게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티에스엠시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앞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호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은 것이다. 반도체를 위탁받아 제작하는 티에스엠시로서는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정보기술 업황이 전반적으로 나빠질 경우, 퀄컴·애플 등 주요 고객사의 주문 감소를 우려할 수밖에 없게 된다. 대만 등 경쟁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번져 피해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황이 글로벌 업체들 사이 협력 체계를 깨뜨리고 반도체 전체의 공급망을 흔들고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들에 공문을 보내 일본산 소재·부품 전 품목에 대해 90일 이상의 재고를 비축해달라고 요청한 뒤 점검하고 있는 한편, 국내 업체의 불화수소를 테스트하는 등 대체재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이석희 사장은 일본 현지 협력사들을 만나 반도체 원자재 수급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 이날 오후 일본으로 출국했다.

디램과 낸드플래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본격화한 뒤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로 현물 거래 가격이 오르고 있다. 피시(PC)에 주로 사용되는 디디아르(DDR)4 8기가비트 디램의 현물 가격은 지난 19일 평균 3.736달러로 일주일 전보다 14.6% 상승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 신뢰 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의 의견수렴 마감(24일)이 다가옴에 따라 22·23일께 일본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3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도 일본 수출규제 조처의 부당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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