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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잇따른 계약 해지에 휘청이는 한미약품 신약개발 한계?…30개 후보물질 경쟁력 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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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최근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행보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7월 3일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얀센에 약 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비만·당뇨 치료제 ‘HM12525A’의 권리가 반환됐다고 공시했다. 얀센이 진행한 임상 2상 시험에서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의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미 수령한 계약금 1억500만달러(약 1230억원)는 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최근 잇따른 권리 반환 소식에 한미약품 신약 개발 성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기술수출 권리 반환으로 연구개발 성과 지속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한미약품의 회사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증권사 보고서는 한미약품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아직은 열매보다 가지가 많은 나무”라고 지적했다. 국내 신약 개발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한미약품의 도전이 한계를 드러낸 것일까.

매경이코노미

최근 한미약품이 얀센에 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HM12525A’의 권리가 반환되면서 신약 개발 성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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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 9건 중 5건 무산

▷랩스커버리 플랫폼 실효성 논란도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무려 8건의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면서 신약 기술수출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공동연구와 지속적인 파이프라인 확대에 집중하면서 그동안 5000억원이 넘는 기술수출 계약금을 챙기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보가 이어졌다.

올해 1월 지난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일라이릴리에 기술수출한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BTK억제제(LY3337641·HM71224)의 권리가 반환됐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임상 2상에서 HM71224가 목표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임상을 중단하고 다른 적응증 개발을 검토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12월 사노피가 기술을 넘겨받은 신약 3건 중 지속형인슐린의 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권리를 한미약품에 되돌려줬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일정 기간 한미약품의 책임으로 개발한 이후 사노피가 이를 인수하는 것으로 계약 조건이 변경됐지만 아직 새 임상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단계별 마일스톤 규모가 줄었고 개발비용 역시 한미약품의 일부 부담으로 조건이 나빠졌다.

같은 해 한미약품이 야심 차게 내놨던 폐암 표적치료제 ‘올무티닙(제품명 올리타)’도 베링거인겔하임과 자이랩으로부터 권리 반환을 통보받았다. 중증피부이상반응으로 인한 환자 사망과 함께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에 밀리면서 시장성 저하를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 이후 한미약품은 국내 임상 3상도 중단했다. 2015년 이후 이뤄진 기술수출 계약 9건 가운데 5건이 무산된 것이다.

올해 3월에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미국 FDA 승인을 진행 중인 파트너사 스펙트럼이 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데이터를 보완해 연내 재신청한다는 계획이지만 기대를 모았던 만큼 실망도 컸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가보지 않은 길을 걷다 만나는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며 “글로벌 신약 개발의 높은 벽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HM12525A 권리 반환을 계기로 ‘랩스커버리’ 플랫폼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HM12525A는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돕는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늘리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이중 작용 치료제로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랩스커버리는 단백질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 편의성과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장기 지속형 플랫폼 기술이다. 다양한 의약품에 적용 가능해 한미약품 신약 개발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다만 랩스커버리 기술 자체의 실효성까지 연결 지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아직은 대세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랩스커버리 기술은 지속형과 관련된 플랫폼 기술일 뿐 각각 물질에 대한 유효성과는 상관이 없다. 랩스커버리 기술의 효과는 이미 다양한 임상을 통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3상 후보물질 3개…과도한 우려 금물

▷희귀질환 치료제 영역으로 확대 중

대규모 기술수출이 수차례 좌절됐지만 한미약품은 여전히 가장 많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인 제약사다.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 3개나 되고 임상 2상 7개, 임상 1상 7개, 전임상 13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질환별로는 당뇨·비만 치료제 9개, 희귀질환 치료제 4개, 암치료제 13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2개, 성장호르몬결핍증 치료제 1개, 당뇨망막변성 치료제 1개 등이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 바이오 업체들의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시기에 터진 권리 반환이라 아쉬운 측면이 크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기술력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금물이다.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는 목표에 국내 제약사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약품이 선두에 서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 가운데 결실을 맺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난 2015년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최근 1년 동안에 5건의 임상 3상을 시작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계열 당뇨병 치료제로 랩스커버리 기술을 통해 투여 주기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연장했다. 사노피는 최근 한미약품과의 계약 수정을 통해 기존 1억5000만유로로 책정됐던 공동연구비를 1억유로로 감액하기로 했다. 이는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본인들이 임상비용을 더 부담하는 대신 임상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오락솔은 한미약품이 지난 2011년 미국 아테네스에 기술수출한 합성신약이다. 오라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파클리탁셀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했다. 항암제의 경구 흡수를 방해하는 막수송단백질 ‘P-glycoprotein(P-gp)’을 차단함으로써 경구용 약물 단점으로 지적받아온 흡수율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12월 전이성 유방암 환자 36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종료가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어 오락솔의 상업화가 임박했다는 평가다.

임상 2상의 대표 후보물질은 포지오티닙이다. 포지오티닙은 지난 2015년 스펙트럼에 기술수출된 ‘pan-HER2’ 항암제다. 올 하반기 임상 2상의 중간 결과가 나올 예정으로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의 비소세포폐암과 유방암 치료제 활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미약품이 지난 2016년 제넨텍에 이전한 표적항암제 벨바라페닙(HM95573)은 임상 1상의 대표 후보물질이다. 이 후보물질은 최근 2019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1상 중간 결과가 공개돼 주목받았다. 벨바라페닙은 임상 1상을 통해 NRAS 흑색종 환자에 대한 뛰어난 반응률을 입증했다. 낮은 독성 반응을 인정받아 면역항암제 티쎈트릭과의 병용임상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한미약품은 희귀질환 치료제 영역으로 파이프라인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HM15136(선천성 고인슐린증)과 오락솔(혈관육종), HM43239(급성골수성백혈병) 3종은 2018년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지난 5월에는 한미약품이 단장증후군 치료 바이오신약으로 개발하는 ‘HM15912’가 4번째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권리 반환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빈번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노피와 스펙트럼, 제넨텍, 테바 등 다양한 파트너사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속적인 R&D 투자를 바탕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혁신을 통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견고한 내실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7호 (2019.07.17~2019.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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