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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SMALL BUSINESS] 공간 임대 시장 신흥강자 스터디카페-독서실·카페 장점 결합…‘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집중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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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독서실과 카페의 중간 형태인 스터디카페가 ‘카공족’의 새로운 안식처로 주목받고 있다. <작심스터디카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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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시장에서 스터디카페가 유망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학습에 최적화된 프리미엄 독서실과 단시간 이용이 가능한 카페의 장점을 결합해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의 새로운 안식처로 주목받고 있다. 독서실이 프리미엄 독서실로 바뀌었듯, ‘학습 공간 임대’ 시장을 새롭게 재편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터디카페는 이름 그대로 독서실(스터디)과 카페의 중간 형태다. 독서실의 정숙한 분위기나 월 단위 결제, 카페의 떠들썩한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이들이 그 중간 지대를 찾으며 생겨났다. 특히 최근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20만명에 달하며 평생학습 시대가 됐고, 무인 운영 시스템 확산으로 인건비 부담이 완화됐으며, 여기에 일부 커피전문점에서 카공족의 좌석 점유를 낮추기 위해 콘센트를 줄이는 움직임도 영향을 줬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터디카페는 약 700~800개. 7년 전 등장한 프리미엄 독서실이 약 1800개임을 감안하면 증가 속도가 꽤 빠르다. 최근 열리는 프랜차이즈 박람회 참가 부스 5개 중 1개는 스터디카페 업종이어서 향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스터디카페가 급증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독서실과 달리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독서실은 교육부 인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 산업이다. 서울의 경우 열람실 면적이 최소 120㎡를 넘겨야 하고 남녀 학습 공간도 구분돼야 한다. 좌석당 최소 공간 요건, 영업시간 신고 의무도 있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독서실은 보통 70~80평 이상 대규모로 창업이 이뤄졌다. 반면 스터디카페는 식품제조가공업 또는 공간임대업으로 분류돼 이런 규제를 전혀 적용받지 않는다. 작게는 20~40평 규모로도 창업이 가능해 입지 선정이나 창업 비용 측면에서 문턱이 낮다. 영업시간도 제약이 없어 무인으로 24시간 운영하는 곳도 적잖다. 좌석당 최소 공간 요건도 없어 오픈 테이블 비중을 높여 면적 대비 좌석을 많이 넣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령 영업면적이 50평이면 최대 60석까지 넣기도 한다. 결제 방식도 시간제, 주·월간제, 정액제 등 상대적으로 다양하게 책정한다. 프리미엄 독서실에 비해 박리다매가 가능하니 시간당 요금은 보통 1000~1500원으로 가격 경쟁력도 높다.

상황이 이렇자 기존 프리미엄 독서실 업체들도 최근에는 스터디카페 출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토즈스터디센터 360개를 운영, 프리미엄 독서실 업계 1위인 토즈는 지난 5월부터 프리미엄 독서실에 스터디카페를 접목한 ‘토즈스터디랩’ 출점에 나섰다. 현재 2개 매장을 냈고 4개 매장을 계약했는데, 이 중 75%는 기존 토즈스터디센터 점주들이 추가로 내는 것이다. 이왕이면 규제가 덜 까다로운 스터디카페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프리미엄 독서실만 200여개 출점한 작심도 최근 스터디카페를 70여개까지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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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박람회 부스의 20%

규제 없어 20~40평 창업도 가능

프리미엄 독서실서 전환 잇따라

프리미엄 독서실과의 또 다른 차이점은 주 이용자층이다. 프리미엄 독서실은 보통 고등학생이 70~80%지만, 스터디카페는 오히려 성인이 70~80%다. 공시족 등 20대 취업준비생이 가장 많고, 취업 후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30대 직장인도 즐겨 찾는다.

높은 성인 비중의 장점은 면학 분위기가 좋다는 것. 이 덕분에 관리 직원이 꼭 상주하지 않아도 24시간 무인 운영이 가능하다. 단, 토즈나 작심 등 주요 브랜드는 이용자가 몰리는 시간대에는 직원이 부분적으로 상주하는 ‘준무인’ 운영을 권장한다. 작심독서실과 작심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강남구 아이엔지스토리 대표는 “스터디카페의 본질인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관리자의 필수 요건이다. 100% 무인으로 운영하면 24시간 내내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소한의 인력 배치로 인건비를 절감하되, 청소 등 주기적으로 매장을 관리하고 고객이 몰리는 오후 3~10시에는 직원이 상주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무인 방식의 운영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스터디카페 중 차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이용자 수요가 많고 접근성 좋은 입지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강남구 대표는 “학원가보다는 주거밀집지역을 추천한다. 학원가는 시험 기간에 따라 성수기와 비수기 차이가 크지만 주거밀집지역은 꾸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치산업인 만큼 인테리어도 중요한 경쟁 요소다. 얼음정수기, 공기청정기, 산소 발생기는 기본이고 비데, 문구류, 간단한 주전부리, 머리끈, 미세먼지 마스크, 생리용품 등을 구비해두는 곳도 있다. 인테리어가 하드웨어 경쟁이라면 소프트웨어 경쟁도 치열하다.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 업체와 제휴해 스터디카페 내 강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식이다.

스터디카페 창업 시 주의할 점.

첫째, 스터디카페는 법적으로 ‘회색지대’에 있다. 기능적으로는 사실상 독서실에 가깝지만 독서실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그 덕분에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독서실 사업자 입장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높다. 특히 남녀공학·남녀합반이 일상화된 요즘, 독서실에 남녀 열람실을 구분하라는 규제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남녀를 나눠 받는 가게는 목욕탕과 독서실뿐’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흘러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남녀 공간을 따로 마련하려면 성별 수요 예측을 해서 적정 공간을 나눠야 한다. 그런데 변동 요인이 생기면 인테리어 공사를 다시 해야 돼 대응이 쉽지 않다. 영업시간, 면적, 좌석 크기 등에 관한 규정도 까다롭다. 그럼에도 이런 규제를 견뎌왔는데 사실상 독서실과 같은 스터디카페는 ‘프리패스’니 독서실 사업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교육부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스터디카페에 맞는 규제가 마련되거나 형평성을 위해 독서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터디카페에 규제가 생기든 독서실의 규제가 풀어지든 두 업종 간 규제 적용에 차이가 사라진다면 그간 혜택을 받았던 스터디카페 사업자 입장에서는 경쟁 요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부대 매출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좋다. 상당수 스터디카페는 커피, 음료, 과자, 사물함 이용권 등을 유상 판매해 부대 매출을 노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부대 매출 비중이 많아야 10% 정도라고 말한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경우 외부 음식 반입을 단속하는 것도 쉽지 않다.

셋째, 시장 포화도 주의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 독서실, 프리미엄 독서실, 스터디카페는 모두 합쳐 약 7000개로 추산된다. 최근 성인 이용자가 늘고 있는 만큼 향후 8000개에서 최대 1만개까지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그러나 성인 이용자 증가 속도보다 최근 스터디카페 출점 속도가 훨씬 빨라 1~2년 내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창업컨설팅학과장(창업학 박사)은 “장치산업인 스터디카페는 경쟁 브랜드 진입에 대비해 초기 창업 단계에서는 학습에 최적화된 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용자가 많은 시간대에는 점주가 직접 면학 분위기를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는 진입장벽이 낮아 이미 과당 경쟁에 돌입한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경쟁이 심화되면 결국 입지와 면학 분위기가 좋은 스터디카페 위주로 옥석 가리기가 이뤄져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8호 (2019.07.24~2019.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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