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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TF초점] 日 수출 규제 '살얼음 한주'…재계 불확실 속 중장기 대응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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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가 한일 경제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참의원 선거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와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맞대결을 벌인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악수하는 모습.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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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추가 보복 윤곽 드러날 듯…기업들 "예의주시"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소재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선 지 19일째지만, 뚜렷한 해법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주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여부 등 사태 확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결과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사실상 중장기 대비 모드에 돌입한 모습이다.

◆ 이번 주 수출 규제 관련 이벤트 산적…참의원 선거는 아베 절반 승리

22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124석 가운데 자민당이 57석, 공명당이 14석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비개선(기존) 의석 70석을 가진 두 여당은 개선·비개선 의석을 더해 과반인 123석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의 숙원이었던 헌법 개정을 위한 개헌발의선인 3분의 2 이상 의석 확보에는 실패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중간평가'격인 이번 참의원 선거가 높은 관심을 받은 이유는 결과에 따라 아베 총리의 향후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아베 총리는 당분간 대한(對韓) 정책에 큰 변화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아사히TV 개표 방송에 출연, 한일 관계 악화 상황에 대해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강경 대응을 지속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를 '한국 압박 외교 추진에 대한 일본 국민의 승낙'으로 해석해 더욱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대강' 대치 분위기가 수그러들면서 대화 여지가 생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베 총리가 선거 직후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언급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 목적을 일정 부분 달성한 데 따른 대화의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내 선거가 끝났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외교적 고비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이번 주가 한일 관계 전환 여부를 가늠할 주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일본이 24일까지 우리나라를 수출 우대국,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과 관련한 의견 수렴을 마치면 '추가 보복'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추가 보복 대응 방안을 모색하면서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또 현지 시간으로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정식 의제로 오른 일본의 수출 규제를 놓고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다. 정부는 수출 규제가 아베 정부의 정치적 이유가 깔린 부당한 경제보복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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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한일 관계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중장기 대책 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사진은 일본 현지 협력사들과 반도체 원자재 수급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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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기업 턱밑까지 올라온 '추가 보복' 공포…이미 중장기 대응 대비 모드

어지러운 정치·외교적 상황을 가장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건 수출 규제 대상인 한국 기업들이다. 이번 주를 기점으로 수출 규제 수위가 높아질 경우 한국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국제 정세와 관계없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사실상 중장기 대비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최근 협력사들에 공문을 보내 일본에서 수입돼 삼성전자에 공급되는 모든 자재에 대해 90일 이상의 재고를 비축해달라고 요청했다. 필요한 비용과 이후 해당 물량 재고를 모두 삼성전자가 책임지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이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스마트폰·TV 등 다른 소재·부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한 결정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 생산라인 확대를 중장기 대응 방안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당부한 데다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러한 대응 방안을 놓고 이해득실 등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소재 확보 등 기존 생산라인 가동 차질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최전방에 나서 사태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4일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되자마자 급히 일본으로 날아가 현지 금융권 및 부품 소재 파트너들을 만났다. 돌아온 뒤에는 각 사업 부문별 '긴급회의'를 진행하며 상황별 대응책을 지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6일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먼저 일본으로 떠나 현지 반도체 소재와 원자재 협력사를 방문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현지 대응에 나섰다. 21일에는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현지 협력사들을 만나 반도체 원자재 수급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필요하다면 일본을 갈 수 있다"며 총력 대응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가 한일 갈등의 방향이 정해지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에 앞서 기업들이 중장기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라며 "이석희 사장의 이번 출장도 여러 우려 상황에 대비한 중장기적 차원의 대응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외 규제 대상이 아닌 기업들도 중장기적 대응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움직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를 가정해 어떤 품목이 영향을 받고, 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어떤 것이 있을까 고려하는 등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추가 보복에 대한 대비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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