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입장에서 이 선거를 주목한 것은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가 참의원 선거에서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복조치 초기에는 선거가 끝나면 일본 측 태도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이도 많았다. 지금 시점에서 볼 때 일본의 강경 입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오히려 개표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며 강경 발언을 계속했다.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해 위반하는 대응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문제를 일으킨 일본 측이 선거를 계기로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허망한 기대였음이 확인된 것이다.
앞으로도 한일 간 갈등은 악화 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23~24일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한국은 일본 정부 조치의 부당함을 설파한다는 계획이지만 일본 역시 기존 논리대로 이 조치가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강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나아가 24일까지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명단)에서 제외하기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마치고, 이후 각의를 거쳐 이달 말 즈음에 법 개정안을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무역 전면전을 선포하는 셈인데, 일본은 주저하는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 주일대사를 초치해 막말 수준의 발언까지 하는 걸 보면 추가보복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불법, 부당한 보복 조치가 강화되는 상황이어서 우리의 대응조치가 더욱더 긴요해졌다. 청와대를 위시한 정부는 강경 대응을 표방하는 모습이다. 협상이나 대화조차 거부하는 일본의 태도로 볼 때 강경 대응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실질적인 문제해결 카드나 전략 없이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 국민은 식민지배와 한국전쟁 등을 겪어 약소국의 비애나 전쟁의 참혹함을 잘 기억하고 있다. 아울러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뤄 국가번영의 필요성도 절감하고 있다.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해 현명하면서도 실효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우리 반도체 생산이 중단되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균열이 생긴다. 이 경우 한일 간 싸움은 일본 대 세계의 구도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내에서 이 싸움을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이 점도 잘 활용해야 한다. 현실 파악과 분석, 전략수립 모두 매우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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