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9 (화)

[연합시론] 한일 갈등 악화일로…현명하고 실질적인 전략 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일본의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과반을 확보했다. 하지만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의석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과반의석을 확보하면 승리하는 것이라고 규정했지만 실제 선거의 최대 쟁점은 개헌선 확보 여부였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일본 집권당이 승리했다고 판정하기가 모호해졌다. 개헌선에 4석이 모자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아베 총리는 무소속 의원들에 기대 개헌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우리 입장에서 이 선거를 주목한 것은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가 참의원 선거에서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복조치 초기에는 선거가 끝나면 일본 측 태도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이도 많았다. 지금 시점에서 볼 때 일본의 강경 입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오히려 개표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며 강경 발언을 계속했다.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해 위반하는 대응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문제를 일으킨 일본 측이 선거를 계기로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허망한 기대였음이 확인된 것이다.

앞으로도 한일 간 갈등은 악화 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23~24일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한국은 일본 정부 조치의 부당함을 설파한다는 계획이지만 일본 역시 기존 논리대로 이 조치가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강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나아가 24일까지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명단)에서 제외하기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마치고, 이후 각의를 거쳐 이달 말 즈음에 법 개정안을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무역 전면전을 선포하는 셈인데, 일본은 주저하는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 주일대사를 초치해 막말 수준의 발언까지 하는 걸 보면 추가보복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불법, 부당한 보복 조치가 강화되는 상황이어서 우리의 대응조치가 더욱더 긴요해졌다. 청와대를 위시한 정부는 강경 대응을 표방하는 모습이다. 협상이나 대화조차 거부하는 일본의 태도로 볼 때 강경 대응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실질적인 문제해결 카드나 전략 없이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 국민은 식민지배와 한국전쟁 등을 겪어 약소국의 비애나 전쟁의 참혹함을 잘 기억하고 있다. 아울러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뤄 국가번영의 필요성도 절감하고 있다.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해 현명하면서도 실효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우리 반도체 생산이 중단되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균열이 생긴다. 이 경우 한일 간 싸움은 일본 대 세계의 구도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내에서 이 싸움을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이 점도 잘 활용해야 한다. 현실 파악과 분석, 전략수립 모두 매우 중요한 시기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