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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日종단 민간외교관의 고언 "한일 국민감정 극단으로 몰고가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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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정 전 한일경제협회 전무, 4,5월 두달간 日 종단…주민·기업인들 만나며 한일 우호증진 다져

아시아경제

허남정 전 한일경제협회 전무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일본 수출규제 이후의 한일 양국 관계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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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한국과 일본 국민들의 감정까지 나빠지게 몰아가면 안된다. 절벽까지 가면 결국 떨어질 수 있다"


허남정 전 한일경제협회 전무는 22일 인터뷰에서 반일(反日) 감정이 확산되는 것에 이같이 우려하고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일반 국민들과 경제인들이 그동안 신뢰관계로 쌓아온 양국간 민간교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허 전 전무는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민간외교관 역할을 자처하며 일본을 종단했다. 일본 남쪽 규슈 가고시마에서 북쪽 홋카이도 지역까지 다니면서 도보로는 약 1111Km를 걸었다. 배낭에 양국 국기를 붙이고 하루에 평균 22km 정도 걸어다니며 다양한 지역에서 현지 주민들을 만났다.


그는 "일본 각 지역의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인이라고 얘기했다. 정치적으로는 양국 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매우 친절하게 대해줬다. 당시 한국에서도 서울과 일본 도쿄까지 걷는 '조선통신사한일우정걷기' 행사가 열리고 있었는데 행사에 참석한 일본인도 한국인들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좋았다는 얘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허 전 전무는 일한경제협회와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도 방문해 평소 교류해왔던 기업인들을 만났다. 그는 "당시에도 협회와 재단 관계자들은 일본에서 경제보복에 나설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분위기였다. (정치적 갈등과 관계 없이) 하반기로 연기된 한일경제인회의가 차질없이 개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들도 민간 경제교류로서 한일경제인회의가 꼭 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한일경제인회의는 1969년부터 매년 양국을 번갈아가며 개최하고 있다. 양국 경제협력을 위해 경제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하는 행사다. 그는 "한일 기업인들은 협조도 많이 하고 끈끈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며 "양국 경제인들은 정치 환경에 관계 없이 협력관계를 끊지 말고 신뢰관계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전 전무는 현지에서 직접 발로 뛰면서 양국관계 개선의 해법을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일본 종단에 도전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양국 간 정치적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는 "당시에도 언론 등에서 양국 관계가 최악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지금은 더한 상황"이라며 "우리가 반일 감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은 참 좋은데 한국은 참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말하는 현지 주민의 얘기도 들었다. 양국간 협의해 이뤄진 과거사 관련 약속들이 정권이 바뀌면서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허 전 전무는 1952년생으로 60대 후반이다. 일본과 인연을 맺은 지 30년이 넘었다. 일본학 박사 출신으로 일본 오비린대 유라시아종합연구소 객원연구원,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통일경제분야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전무도 역임했다. 양국간 경제 협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일본 정부 훈장인 '욱일소수장'도 받았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웃 나라다. 역사와 정치, 경제 문제가 다 연결돼 있는데 과거사에 묶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일간 과거사는 양국 국민들의 감정이나 생각이 크게 다르고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과거사 관리는 하되 대승적으로 생각해서 미래를 보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갈등이 계속된다면) 제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약 850~1100개 품목이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일본산 소재 수입 차질로 인해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 전 전무는 "일본이 철저하게 준비를 해서 수출규제라는 경제보복의 칼을 뺀 이상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쉽게 거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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