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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임기 못 채운 이효성 위원장, 방송·통신 정책 일원화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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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사임의사를 공식 발표하면서 ‘방송·통신정책 일원화’를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방통위(규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진흥)로 나눠진 방송·통신 관련 업무를 방통위가 관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조직에 관한 문제는 부처 간 사전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일"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는 지적이다.

조선비즈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하면서 사의를 밝히고 있다./이경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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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 컨트롤타워 일원화 안돼 아쉽다"

이 위원장은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제4기 방통위 2년의 성과와 향후 계획 브리핑’을 갖고 "문재인 정부가 2기를 맞아 국정 쇄신을 앞두고 있는 만큼 1기 일원이었던 저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당초 2017년 8월 방통위원장에 취임해, 내년 8월까지 1년 정도 임기가 남아있었다. 방통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방통위 내부는 이 위원장의 사임에 예상치 못했다는 분위기다.

차기 방통위원장 후보로는 표완수 시사인 대표와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였던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년간 많은 정책적 성과가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를 거치지 않은 만큼 방송통신 컨트롤타워가 일원화가 안된 것은 아쉽다"며 "업무규정, 시장질서 확립, 이용자 보호 등 방송과 통신의 모든 규제 업무는 방통위가 관장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통위 출범 당시 방송통신 모든 업무를 방통위가 담당했지만, 2012년 박근혜 정부 이후 업무가 모호한 기준으로 나뉘었다"며 "한 정부에서 방송통신 업무를 두 부처에서 관장하는 것은 ‘어불성설’로 하루빨리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방송통신 업무의 산업진흥 관련은 과기정통부가, 규제 업무는 방통위가 담당하고 있다. 유료방송과 통신 사전규제는 과기정통부, 지상파와 통신 사후규제는 방통위 소관이다.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는 사사건건 이견 조율이 안되는 상황이다. 최근 유료방송 시장에서 지배력이 높은 ‘시장집중 사업자 지정’을 놓고도 과기정통부는 매출액과 가입자수를 고려한 시행령을 제안한 반면, 방통위는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결과를 고려해 시장집중사업자를 지정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경영학)는 "이원화된 구조가 일원화되면 효율성 측면에서 좋다고 볼 수 있다"면서 "과기정통부가 과학 등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만큼 통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송만이라도 방통위에 일원화 시키는 부분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과기정통부 "방통위 정책 조정 사전 논의 전혀 없어"

그러나 방송통신 정책을 시장 규제를 주장하는 방통위로 일원화하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미디어 시장의 화두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서비스의 강세 속에서 ‘어떻게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통신·방송 정책의 역사를 볼 때 방통위로 일원화된 시절보다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이 정책적 효과가 더 좋았다"면서 "지금의 방통위가 방송통신 융합 과제 및 정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다양한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방송통신 정책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 내부에서 방송·통신정책 일원화의 공감대가 있지만, 다른 산적한 이슈 때문에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방통위와 과기 정통부가 유료방송 사후 규제 방안 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동철 방통위 기획조정관은 "방통정책 일원화는 이효성 위원장이 취임 이후 줄곧 이야기했던 소신"이라며 "조직 정비를 위해서는 관계 부처 간 협의가 있어야 하기에 중장기적으로 검토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전에 정책조정과 관련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과기정통부가 특별히 대응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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