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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3전 4기’ 한국 등판하는 볼턴, 트럼프 중재 메시지 들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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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앞서 들른 日, 볼턴에 수출규제 정당성 설명

볼턴, 한·미·일 안보동맹 강화에 집중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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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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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일본(21~23일)에 이어 한국(23~24일)을 방문하면서 한일 갈등 봉합에 나설지가 관건이 됐다. 볼턴 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일 중재의 임무를 들고 올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9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만약 그들(한·일)이 원하면 내가 개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에 관여를 해야 하느냐”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방일 중이던 22일 정오쯤 총리 관저를 나서면서 현지 기자들에게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과 만났고 오후에 또 다른 이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란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질의에는 긍정도, 부정도 않은 채 “우리는 매우 다양한 이슈들을 논의했다. 거의 모든 이슈들이 다뤄졌다”고만 했다. 이에 따라 이란 호르무즈 해협 공동대응 문제와 한일 갈등 상황, 대북 이슈 등이 폭넓게 논의됐을 수 있다.

오후에는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을 잇따라 면담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고노 외무상은 볼턴 보좌관에게 최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와 관련한 일본 측 입장을 설명했다고 한다. 방한에 앞선 일본 방문 일정에서 볼턴 보좌관을 사로잡기 위한 일본 측의 여론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23일 한국으로 넘어오는 볼턴 보좌관은 24일쯤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장관, 정경두 국방장관을 면담하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외교부 북핵라인 인사들과의 일정은 현재로서는 잡혀 있지 않다고 한다.



볼턴, 지난해 3월 취임 후 첫 단독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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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4월 1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영빈관(블레어하우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접견을 기다리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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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보좌관은 북핵 이슈와 관련해 '단독 방한 플레이'가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방한이 이뤄지게 되면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첫 단독 방한이 된다.

올해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부산에서 볼턴-야치-정의용 안보실장까지 한ㆍ미ㆍ일 안보 당국자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베네수엘라 내분 사태가 심화하면서 볼턴 쪽에서 방한을 취소했다. 정 실장과 야치 국장도 따로 만남을 갖지 않고 회동을 취소했다.

볼턴 보좌관은 하노이 회담이 이후인 5월 말에 단독 방한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볼턴 보좌관이 방한을 제안해 왔지만 민관합동 훈련 기간이 있어 날짜를 재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에 6월 29~30일 한·미 정상회담 수행원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지만,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때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청와대 한·미 정상회담만 배석하고 몽골로 날아가 다바수렌 국무장관을 면담했다. 이후 근 한 달만인 이달 23~24일 매슈 포틴저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함께 오면서 ‘3전 4기’ 방한이 됐다.



직설적 볼턴, "가능한 관여" 스틸웰과 다른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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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월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가운데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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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보좌관의 방한 메시지는 한·미·일 안보동맹에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은 볼턴 방한과 관련 “한일 갈등이 격화하면 안보협력이나 대북공조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에는 추가 조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한편 한국에는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탈퇴 움직임을 차단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설적인 성격의 볼턴이 대외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발신하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이슈에 관여하겠다’는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차관보 한·일 관련 발언 정도만 나와도 한국 측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도 “미국에게 있어 한·미·일 동맹체제는 중국에 대한 상징적, 전략적 견제 정책”이라며 “한일 간 정치, 경제 갈등이 군사, 안보까지 불이 번지면 인도 태평양 전략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소장은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양국이 잘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 외에 나오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이 메시지만으로도 한국과 일본에 더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라는 점에서 충분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미·일 3국 고위급 협의가 성사될지에 대해선 “낙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앞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한ㆍ미ㆍ일 차관보 협의를 제안했으나 일본이 일정상 이유를 들어 즉답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미·일 외교·안보 참모인 '볼턴-정의용-야치' 삼각 공조가 끈끈해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미·일 합동 군사대응 등으로 강제봉합을 시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볼턴 보좌관이 이란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던 만큼 이란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당장 파병 요청까지는 아니더라도 '상황이 악화되면 한국이 참여해달라'는 포괄적 요청은 하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상진·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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