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조선의 많은 왕은 단명했다. 모두 11명의 왕이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일찍 죽었다. 세조에 의해 죽임을 당한 단종은 16세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또 단종의 아버지인 문종은 등창으로 38세에, 성종은 폐결핵 합병증으로 37세에, 연산군은 역질과 화병으로 30세에, 현종은 안질과 피부병으로 33세에 사망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내시들이 더 오래 살았다는 점이다. 일종의 내시 족보인 '양세계보(養世系譜)'에 이름을 올린 777명 중 생몰연대가 확실한 81명의 평균수명은 70세였다. 이들 중 3명은 100세를 넘기며 천수를 누렸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6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1970년 62.1년을 시작으로 1980년 65.9년, 1990년 71.4년, 2000년 75.9년으로 늘어나다 2010년에 이르러 80.6년(남자 77.2년, 여자 84년)을 찍었다. 경제력과 의료 기술 및 정책의 발달이 결정적 요인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36개국의 기대수명을 발표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9년 전보다 2.1년 늘어난 82.7년(남자 79.7년, 여자 85.7년)으로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했다. 이는 OECD 평균(80.7년)보다 2년 긴 것으로 일본(84.2년), 스위스(83.6년), 스페인(83.4년), 이탈리아(83년)에 이은 세계 5위 기록이다. 하지만 '본인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아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역설적이지만 건강에 대한 염려와 관심이 오히려 장수 비결일 수도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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