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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왜냐면] 신북방이 열어갈 새로운 길 / 이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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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바다에 인접한 지역’이라는 뜻을 지닌 연해주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의미가 큰 곳이다. 한때 중국이 지배했고, 1860년대부터 러시아에 귀속되었으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역사인 발해의 영토였다. 구한말부터 많은 이들이 망명하면서 지금도 상당수의 교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근거지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연해주의 중심 도시이자 부동항을 갈망하던 러시아가 찾아낸 항구도시가 블라디보스토크다. 한반도를 기준으로 본다면 러시아를 필두로 한 몽골,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신북방 국가들로 진출할 수 있는 관문이 바로 블라디보스토크인 것이다. 풍부한 자원, 거대 소비시장을 보유한 신북방지역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블라디보스토크지사가 개소식을 열었다. 연해주 지역에는 이미 국내의 제과·라면·음료업체 등이 진출하여 우리 농식품 수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농림수산식품의 러시아 수출은 2억1580만달러로 전년 대비 25%나 급증했다. 감귤, 딸기, 배, 사과 등 한국산 신선과실도 연해주를 중심으로 러시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번에 블라디보스토크 유통매장에 한국산 신선농산물 전용판매관인 ‘케이(K) 프레시존’도 문을 열었다.

농식품 수출 확대의 관건은 물류와 유통이다. 지사 개소식 직후 열린 수출 확대 전략회의에서 국내 기업들은 높은 물류비용과 현지 유통업체 입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들었다. 향후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공동물류센터 설치, 항공 공동물류지원, 그리고 현지 유통업체들과 연계한 판촉행사 등을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 물류와 유통 문제가 개선된다면 러시아는 물론 신북방 전체로 우리 농식품 수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신북방지역은 농식품 수출뿐만 아니라 해외 영농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는 소수의 축산·사료 관련 기업들이 진출해 콩, 옥수수, 귀리 등을 생산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식량안보 등을 고려한다면 농업 분야에서 신북방과의 교류·협력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정부도 2017년 대통령 직속으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립하고 신북방지역과의 경제적·정책적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북방정책이 탄력을 받으면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는 러시아, 중국, 몽골, 중앙아시아, 멀리는 터키와 유럽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북 사이에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는다면 경제협력 논의도 빠르게 진전될 것이다. 농업부터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협력을 바탕으로 신북방 국가들과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신북방 지역은 오랜 기간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였다. 역사적 끈으로 이어져 있지만 정치·문화·경제적으로는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다. 이제는 신북방을 넘어 유라시아 대륙까지 교류의 폭을 넓힐 기회가 가까이 다가왔다. 새로운 기회에 걸맞은 새로운 용기와 도전으로 ‘신북방’의 길을 걸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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