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LCC 日노선 운항중지·감편 잇따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일본 노선 축소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한일관계 악화 충격파가 여행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일본 노선 감축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오는 9월부터 대구∼오사카 노선은 하루 2회에서 1회로 감축 운항하고 대구∼도쿄 노선은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다. 대구~기타큐슈 노선도 운항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도 9월부터 부산~오사카(주4회), 부산~삿포로(주3회)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티웨이항공은 무안~오이타, 대구~구마모토 노선을 조정 대상으로 확정했다. 무안~오이타 노선은 이달 24일부터, 대구~구마모토 노선은 9월 초부터 운항을 중단한다. 일본 현지에서는 티웨이항공이 부산~사가, 부산~오이타 노선 운항 중단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다른 저비용 항공사들도 일본 노선 구조조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일부 항공사는 일본 노선 축소 방침을 확정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노선 운항을 중단할지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이번 노선 조정이 최근 한일관계 악화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노선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일본 수출 규제 발표 이전에 이미 확정된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일본행 항공권 공급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올해 초부터 일본 여행 수요가 꺾이면서 주중 일본행 항공권 가격이 1만~2만원대로 추락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심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저비용 항공업계는 일본 노선 감축과 한일 관계 악화가 무관하다고 애써 포장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향후 추가 노선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당장 7~8월은 여름휴가 등 항공업계 성수기라 예약이 크게 빠지지는 않겠지만, 비수기로 접어드는 9월부터는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여행 보이콧 충격파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저비용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통상적으로 10월 말 동계시즌에 돌입하면서 항공 노선을 조정한다"며 "동계시즌 시작 전후로 자연스럽게 일본 노선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선 운항을 중단하면 슬롯(SLOT·항공기 이착륙 허가 시간)을 잃게 되고, 이 때문에 향후 재취항이 어려워질 수 있어 당장 영업이 좀 안 된다고 해서 섣불리 운항 중단 조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일본 경제 보복 이슈가 장기화될 경우 이르면 9월부터,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일본 노선 감축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노선은 그동안 저비용 항공사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왔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여행 수요가 중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저비용 항공사 이익의 절반가량이 일본 노선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저비용 항공사들은 경쟁적으로 일본 노선을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이들의 전체 국제선 노선 가운데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0%에 달한다. 제주항공이 69개 노선 중 22개(32%)가 일본 노선이고 티웨이항공은 53개 중 23개(43%)가, 이스타항공은 34개 중 12개(35%)가 일본 노선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비중이 10% 초중반인 것과 대비된다.

일본 노선이 저비용 항공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전체 매출 중 25~30%가 여기서 나온다. 특히 에어서울은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일본 노선에서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일본 여행 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저비용 항공사들은 일본발(發) 부진을 겪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4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264만74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비용 항공사들이 지방공항쪽으로 일본 노선 공급을 많이 늘렸다"며 "지방 노선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늘어난 공급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 노선 확대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