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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사설]대일 결의안조차 처리 못하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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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2일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일본의 규제조치 즉각 철회와 이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언제 의결될지는 기약하기 어렵다. 여야의 국회 의사일정 합의가 또 불발됐기 때문이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도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등을 위한 의사일정을 논의했지만 본회의 일정을 잡지 못했다. 참으로 답답하고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초당적으로 대처키로 약속한 것이 엊그제다. 여야 지도자들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힘을 모으겠다고 하니 시민들은 반가웠다. 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정쟁과 당리당략으로 무엇 하나 이행하지 못하는 정치력 부재만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 회동에서 여·야·정이 설치, 운영키로 한 범국가적 차원의 비상협력기구도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초당적으로 대처키로 한 사안까지 이 모양이니 다른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들은 애초 도시락 오찬까지 함께하며 현안 논의를 이어가려 했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먼저 일어섰다고 한다. 지금 그렇게 한가한 때인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선 일본의 폭주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례 없는 국가적 위기상황에 시민들은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일본 여행을 자제하는 등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있는 마당이다. 한데 정작 시민의 대표들은 일본을 상대로 일치된 목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도대체 결의안 처리가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이렇게 시간을 끈단 말인가. 시민을 위로하고 안심시켜주기는커녕 되레 화만 돋우고 있으니 이런 대의기관이 무슨 필요가 있나 싶다.

한·일 갈등 속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3~24일 방한한다. 또 대일 문제 대처를 위해 국회 차원의 미국 방문단이 24일 출국한다. 이런 때 대한민국 전체 의원이 한목소리로 일본의 보복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다면 우리 협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거꾸로 여야가 갈라진다면 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여야는 당장이라도 협상을 재개해 대일 결의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를 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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