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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발달장애인 등 모두를 위한 휴대폰 가입 ‘착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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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업체 SK텔링크, ‘소소한 소통’과 기존 설명서 쉽게 개편

‘MMS → 사진 포함한 문자’ 등 약어 풀어쓰고 설명·그림 보태

경향신문

알뜰폰업체 SK텔링크가 예비사회적기업 ‘소소한 소통’과 손잡고 펴낸 ‘SK세븐모바일 착한 가입 안내서’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유심 끼우기 방법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다. SK텔링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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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95%에 달하지만 17만명으로 추산되는 성인 발달장애인에게는 통신사 가입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입 안내서를 들췄다가 영문 약어로 된 통신용어나 중간중간 등장하는 한자어나 외래어 앞에 좌절하게 되기 때문이다. 주변 도움을 받아 어렵게 가입에 성공해도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한다. 실수로 유료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다 ‘요금 폭탄’을 맞는 일도 부지기수다. 결국 가족으로부터 음성 통화가 가능한 구형 폴더폰을 전달받아 평생 정보 사각지대에 살게 된다.

알뜰폰업체 SK텔링크는 예비사회적기업 ‘소소한 소통’과 손잡고 ‘SK세븐모바일 착한 가입 안내서’를 제작했다고 22일 밝혔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기존 안내서에 담긴 어려운 문구를 바꾸고 필요한 설명을 보태거나 이미지를 추가했다. 안내서 제작에는 20~30대 발달장애인 5명이 직접 참여했다.

가장 큰 장점은 안내서를 보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심 끼우기의 경우 ‘휴대폰 옆면이나 위쪽의 작은 구멍을 찾습니다 → 핀이나 클립을 구멍에 꽂습니다(조금 세게) → 사진처럼 유심을 올릴 수 있는 부품이 나옵니다 → 유심을 부품 위에 올려 끼운 후 그대로 밀어 넣습니다’라고 단계별로 사진과 함께 안내하는 식이다.

영문 약어 위주의 통신용어는 한글로 풀어썼다. ‘MMS’는 ‘긴 문자, 사진을 포함한 문자’로, ‘PIN’은 ‘숫자를 입력해 잠금화면을 푸는 것’으로 바꿨다. 또 ‘파손된 휴대폰’은 ‘부서지거나 망가진 휴대폰’으로, ‘유심을 장착하고’는 ‘유심을 끼우고’로 고치는 등 한자어나 외래어는 쉬운 한글 표현으로 변경했다. 다양하게 표현된 같은 뜻의 단어는 하나로 통일해 혼란을 줄였다. ‘유심 또는 USIM’을 ‘유심’으로, ‘서비스센터 또는 A/S 센터’는 ‘서비스센터(A/S센터)’로 일원화했다. 고객에게 중요한 정보인 교환·반품·서비스센터 안내는 직관적으로 이해가 쉬운 그림과 더불어 설명을 곁들였다.

2017년 7월 발달장애인법 시행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수립한 정책을 발달장애인에게도 알려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경우 일상생활과 뗄 수 없는 통신사업이라고 할지라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사례가 전무했다. 주명희 소소한 소통 총괄본부장은 “가입 안내서 개선만으로는 미약하다”면서 “향후 통신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에 눈높이를 맞춘 안내는 정보 취약계층인 노인이나 어린이, 다문화 가정 구성원에게도 도움이 된다. 김광주 SK텔링크 알뜰폰사업본부장은 “장애나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평등하고 편리하게 모바일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SK세븐모바일 가입 안내서를 새롭게 개편했다”며 “소소하지만 착한 변화가 통신약자 보호를 위한 변화의 진앙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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