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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기고] G2 사이… ‘인도·태평양 구상’ 선제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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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나서 강경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이후 재개 조짐을 보여 한국경제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무역전쟁, 화웨이 5G기술, 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심화는 양국과 협력 유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우리에게 심각한 외교적 도전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특히 그동안 관망 자세를 유지해온 우리의 인도·태평양구상(인·태구상) 참여문제가 조만간 외교적 딜레마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세계일보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우리는 그동안 중국 견제가 핵심목적인 미국의 인·태구상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미·중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기는 어렵다. 이는 최근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우리 외교부 관계자와 면담 후 인·태전략을 위한 한국의 협력을 수차례 강조한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미국의 압박뿐만 아니라 중국도 우리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중의 강대강 전략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선 인·태구상 입장을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드는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없다. 양자택일 문제로 접근하면 미·중 사이에서 우리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게 된다. 오히려 우리의 국익을 기초로 국제적 보편가치와 원칙의 관점에서 입장을 정립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국제질서의 근간이 되는 보편가치와 규범은 우리 국익과 원칙의 문제이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의 핵심 대외정책인 신남방정책과 접점을 모색해 한·미 간 협력의 외연을 확장한다는 자세로 접근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신남방정책 추진 차원에서 미국의 인·태전략에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가능한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방안을 찾아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협력분야도 아세안 국가의 현실적인 수요가 많은 인프라, 정보통신기술(ICT) 등 경제협력, 해양능력 배양 등 비전통 및 연성 안보이슈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인·태구상의 전략적 동기와 안보적 함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인·태구상은 일본이 먼저 발의하고 미국이 이를 채택함으로써 현재 미·일동맹 진화의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염두에 둔 한·미·일 안보협력’ 추진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중국의 불신과 오해를 사지 않으면서도 인·태구상과의 협력을 매개로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견국 한국의 기여와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중이 각각 자국이 중심이 되는 배타적 지역구도 형성을 위해 경쟁하는 상황보다는 그동안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매개체 역할을 해온 아세안의 각종 제도적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향후 역내 지역협력이 전개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한다. 아세안과 인도 등 역내 주요 국가는 미국이 추진하는 인·태전략이 중국을 배제하고 향후 미·중 간 대결구도를 고착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입장과 유사하게 포용적 역내질서를 추구하는 아세안과의 협력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 시대의 새로운 국제환경에서 타성에 젖은 소극적 접근이 아니라 우리의 외교적 자율성과 공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외교전략이 절실하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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