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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설왕설래] ‘산업의 쌀’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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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산업의 쌀’. 철에 붙은 별칭이었다. 이제는 반도체에도 붙는다. 쌀을 주식으로 삼는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

왜 산업의 쌀일까. 반도체 없는 세상은 작동을 멈춘다. 선풍기·전자레인지·세탁기·에어컨·스마트폰…. 일상을 지배하는 기기치고 반도체를 쓰지 않는 제품이 있던가. 인공지능(AI)·로봇·슈퍼컴퓨터를 제쳐두더라도 반도체 없이는 전력도 생산할 수 없다. 반도체는 전력제어장치의 핵심을 이룬다. 21세기는 반도체 세상이다.

한국경제의 부흥. 그것도 반도체가 한 축을 이룬다. 1983년 2월8일,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겠다”는 도쿄선언을 했다. 10개월 뒤 기적이 벌어진다. 세계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누구도 한국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이 그렇게 보도했다. 반도체 기술 전쟁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은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까지 만들었다.

지금은 반도체 강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D램 72.4%, 낸드플래시 49.5%에 이른다. 두 회사가 공급을 멈추면? 세계 경제에는 ‘반도체 쇼크’가 몰아닥친다. 한국인이 해외에 나가 대접받는 것도 어쩌면 반도체 덕택인지 모른다.

그런 반도체 산업이 도전받고 있다. 일본이 시작한 경제 보복. 우리만 흔들리는 걸까. 아니다. “세계 전자산업의 생태계가 요동친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세계 최대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마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애플·퀄컴·아마존·소니…. 비상이 걸리지 않는 곳이 드물다.

D램 반도체 가격은 폭등한다. DDR4 8기가비트(Gb) D램 현물가격은 지난주에만 14.6% 뛰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규제가 본격화한 5일과 비교하면 23.3%나 치솟았다. 이젠 가격 하락이 아니라 쇼크를 걱정한다.

일본은 무슨 생각으로 일을 벌였을까. 한국의 몰락을 기도하는 걸까, 전자왕국의 부활을 꿈꾸는 걸까.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반도체를 지키지 못하면 미래는 있을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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