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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금수강산 앞에서의 설렘과 감동…화가의 시선으로 여행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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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실경산수화 특별전…‘석파정도’ 등 첫 공개

경향신문

겸재 정선의 ‘단발령 망 금강산도’. 1711년 금강산을 처음 여행하고 제작한 화첩의 한 장면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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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경산수화는 자연경관과 명승지를 소재로 그린 산수화를 폭넓게 칭하는 일반적인 표현이다. 고려시대 이녕의 ‘예성강도’와 작자 미상의 ‘금강산도’ ‘송도팔경’ 등이 있다. 조선중기 한강가 독서당에서 열린 계회 장면을 그린 ‘독서당계회도’(보물 제867호)와 곡운 김수증(1624~1701)이 사인화가(士人畵家) 조세걸(1636~?)에게 그리게 한 ‘곡운구곡도’(1682년) 등도 있다. 이 실경산수화에 사상적 표현을 가미한 것을 이른바 진경산수화라 한다. 한국의 산천을 다루면서 독자적이고 한국적인 예술형식을 창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진경산수화의 개창자는 겸재 정선(1676~1759)이다. 정선의 ‘금강산도’의 화제에는 실경을 넘어선 진경의 의미가 잘 나타나 있다.

“일만이천봉 드러난 뼈를 뉘라서 뜻을 써서 참모습을 그려내리. … 설령 내가 발로 직접 밟아 보자한들 이제 다시 두루 걸어야 할 터 그 어찌 머리맡에 기대어 실컷 봄만 같으리오!”

국립중앙박물관은 23일부터 9월22일까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특별전을 개최한다.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1711년)과 김홍도(1745~?)의 ‘병진년화첩’(1796년) 등 고려말부터 조선말까지 국내외에 소장된 360여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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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공개되는 김응환(1742~1789)의 ‘해악전도첩’ 중 ‘백운대’. 정조의 명으로 김홍도와 금강산을 유람하고 그린 화첩.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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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사업가인 고 윤익성 레이크사이드 컨트리클럽 창업주(1922~1996)의 유족이 낸 기부금으로 일본 교토(京都)에서 사들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16세기 실경산수화 ‘경포대도’와 ‘총석정도’ 2점도 선보인다. 또 1788~89년 사이 정조의 명으로 금강산을 유람하고 그린 김응환(1742~1789)의 ‘해악전도첩’ 중 ‘백운대’와, 한양 석파정을 중심으로 그 일대를 8폭 병풍에 그린 이한철(1808~?)의 ‘석파정도’(미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가 최초로 공개된다.

4부로 구성된 특별전은 화가가 경험한 실제 경치를 어떻게 그림으로 옮겼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화가들의 창작과정을 따라가며 화가의 시선과 해석을 이해하는 콘셉트로 구성했다. ‘실재하는 산수를 그리다’ 편에서는 고려와 조선 전·중기 실경산수화의 전통과 제작 배경을 살펴본다. 특히 조선의 실경산수화는 관료들의 모임을 그린 계회도나 별서도, 회화식지도 등 다양하고 독특한 회화적 전통과 풍수개념, 유교문화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화가, 그곳에서 스케치하다’ 편에서는 여행을 떠난 화가들이 현장에서 자연을 마주하고 그린 초본(草本·밑그림)이 펼쳐진다. 1788년(정조 12년) 정조의 명을 따라 관동지역과 금강산을 사생한 김홍도의 ‘해동명산도첩’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실경을 재단하다’ 편에서는 화가가 작업실로 돌아와 초본과 기억 등을 바탕으로 산과 계곡, 바다, 나무와 바위, 정자 등의 경물을 재구성하며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실경을 뛰어넘다’ 편에서는 이 땅을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제작한 실경산수화를 감상할 수 있다.

진경산수화로 잘 알려진 정선·김홍도뿐만 아니라 고려시대의 노영과 조선의 한시각(1621~?), 김윤겸(1711~1775), 김하종(1793~?), 윤제홍(1764~?) 등은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강산을 바라보고 각자의 방식으로 실경을 표현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화가가 여행길에 느꼈던 설렘과 대자연 앞에서의 감동, 그리고 창작과정의 고뇌와 재미, 완성작에 대한 환희 등 화가적 시점에서 이번 특별전을 감상해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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