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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약사면허증 위조” 피의사실공표죄 첫 기소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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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수사심의위 열어

울산경찰 보도자료 배포 사건

수사 계속 진행키로

경찰 반발 “검찰 다른 의도”

사실상 사문화한 조항

“검찰도 자유롭지 못한 문제” 파장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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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이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울산 경찰의 보도자료 배포를 통한 피의사실 공표 혐의 수사’를 계속 진행하도록 결론내렸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경찰 쪽은 반발했다. 그동안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피의사실공표죄로 기소되는 첫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공식·비공식적으로 수사 내용을 언론에 알리던 수사기관의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검 수사심의위(위원장 양창수 전 대법관)는 22일 오후 회의를 열어, 울산지검에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 2명의 피의사실 공표 혐의 수사를 “계속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외부 위원들로 꾸려진 수사심의위는 논란이 되는 사건의 기소와 수사 지속 여부 등을 판단한다. 수사심의위는 이날 공동 안건으로 올라온 피의사실 공표 혐의 기소 여부는 “아직 수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지난 1월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약사면허증을 위조해 약국 8곳에서 일한 남성을 구속했다’는 내용의 수사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자, 울산지검은 무죄추정 원칙을 위반해 기소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수사에 나섰다.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과 팀장이 입건돼 수사를 받아왔다. 형법(126조)은 수사기관 종사자가 직무 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재판에 넘기기 전에 공표하면 3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언론 오보나 추가 피해 방지, 공익을 위한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공익적 목적으로 보도자료를 제공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는데,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로 수사까지 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해왔다. 이른바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놓고 울산 지역 경찰과 검찰이 빚은 갈등 때문에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경찰 반발의 배경에는 ‘검찰이야말로 수사 상황을 누설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을 끌고 가지 않느냐’는 불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 ‘논두렁 시계’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울산경찰청은 피의사실 공표 수사가 온당한지 객관적 판단을 받아보자며 울산지검에 검찰시민위원회 개최를 요청했고, 이는 대검 수사심의위로도 이어졌다. 수사심의위가 검찰 손을 들어줌에 따라 검찰의 수사는 계속 진행될 예정이지만 사건의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 역시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이번 사안이 기소와 처벌로 이어질 경우 검찰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황의수 울산지검 차장검사도 “검찰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번 일로 검찰도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피의사실공표죄로 접수된 사건은 347건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기소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국내 수사 체계나 언론 상황을 볼 때 전면적인 피의사실공표죄 적용은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한 변호사는 “울산지검 수사를 보면 기소 전까지 모든 과정을 다 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는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수사기관의 잘못된 수사, 무리한 수사 등을 감시하는 순기능을 무시한 것”이라며 “무분별하게 피의사실 공표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사공보준칙의 예외 규정을 좀더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신지민 신동명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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