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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일 수출규제 품목 연구에 연장근로 허용…노동계는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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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사회적 재난 준한 사태”

불화수소 등 국산화 연구인력엔

10~20시간 연장노동 석달 허용

개성공단 폐쇄 때도 비슷한 대응

노동계 “산업체질 개선 놔둔 채

장시간 노동이 대책인가” 꼬집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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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의 국산화를 위해 국내 기업에서 일하는 연구·개발(R&D) 노동자와 제3국에서 대체 조달한 물품을 시험하는 연구 및 연구지원 노동자들한테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기로 했다. 정부가 문제의 근간인 산업 체질을 개선하는 대신 장시간 노동체계를 강화하는 식의 손쉬운 해결책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열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대응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태를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수출 규제 품목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 제3국 대체 조달 관련 테스트 등의 관련 연구 및 연구지원 등 필수인력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제작 공정에 쓰이는 초고순도 불화수소 등을 직접 개발하거나 제3국에서 들여와 국내 제작 공정에 적합한지 연구하는 노동자한테는 합법적인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한 한주 최대 52시간 노동에 10~20시간을 더하는 특별연장근로를 3개월 단위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자연재해나 사회재난, 이에 준하는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경우 기업이 해당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 지방 고용노동청에 신청하면 사흘 안에 인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 고용부는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조처 때인 2016년 2월 공단에 입주한 전기장비 제조업체가 물량 조달을 이유로 신청한 특별연장근로를 1주에 10시간씩 3개월간 인가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엔 포스코 제철소에서 쇳물이 굳어 자칫 대형 폭발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숙련 노동자가 부족한 사실을 인정해 1주간 33시간을 인가했다. 이 장관은 이날 이들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재량근로제로 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이른 시일 안에 만들어 배포할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두고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사태”라는 정부의 성격 규정이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도 특정 국가와 무역 마찰을 빚고 주요 제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사회적 재난’으로 접근할 순 없다는 얘기다. 또 대기업이 핵심 소재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키우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지 않고 손쉽게 해외 수입선에 의존해온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번처럼 무역에서 불거진 문제의 답을 노동시장에서 찾으면 결국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을 내어 “지금이 노동집약 산업을 일으키는 산업화 시대인가, 연구원들을 연구실에 몇달씩 처박아 결과를 짜내는 개발도상 시대인가”라고 물으며 “아베 정권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해 1천개가 넘는 품목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에 나서면 한국 전체 노동자에게 특별연장노동을 강제하겠다는 얘기”라고 짚었다.

노동건강단체 ‘일과 건강’의 한인임 사무처장은 “정부 얘기는 경제와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장시간 노동으로만 풀려고 하는 정치적 엄포다. 노동자를 볼모로 한 무능력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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