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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日 무역 보복 조치, 이번 주 분수령…향후 한·일관계는? [전문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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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당분간 숨고르기… 文정부, 상황 타개 적극 나서야” / 日, 강경노선 견지… 對韓정책 근본적인 변화는 어려워 / 수출규제 철회 명분 필요… 대법원 판결 해법 요구 예상 /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분수령… 극단적 공세는 힘들 듯 / 美, 어느 한쪽 편 들기 쉽지 않아… 개입 제한적에 무게 / 강제징용 판결, 정부서도 무언가 내놔야 상황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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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연립정권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개헌 발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당장 아베 총리의 대(對)한국 강경 노선이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22일 전망했다. 오히려 아베 내각이 계속 우경화 경향을 보이고, 평화헌법 개정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된다. 하지만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가 필요했던 선거 국면이 지나간 만큼 당분간은 한·일 갈등이 ‘숨고르기’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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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하는 金 실장 “日 논리 한번에 무너뜨릴 것” 22일 오후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참석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일본 수출규제 문제를 다룰 이번 WTO 일반이사회에 대한 전략과 관련해 “아주 쉬운 단어로 (일본 주장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논리를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연합뉴스


◆강경 노선 계속될까, 숨고르기 접어들까

연립정권의 압승 속 아베 정권의 개헌 발의선 확보 실패가 궁극적으로 일본 우익의 개헌 공세를 저지한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아베 총리의 영향력은 유지됐지만, (개헌 발의선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개헌을 하기는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연립 여당이 개헌선을 못 얻었다고는 하나, 일정 부분 (아베 내각의) 개헌 목표에 찬성하는 야당들이 많아서 궁극적으로는 개헌선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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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이후 일본 의회의 개헌 논의 향방은 아베 내각이 향후 대한국 초강경 노선을 계속 걸을 것인지, 우경화 경향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관측할 수 있는 척도다. 이이범 강릉원주대 일본학과 교수는 “야당과의 연합을 통해 개헌을 계속 추진해 볼 수 있는 만큼 아베 총리가 내년을 헌법개정안 통과 시점으로 잡고, 한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통해 여론전을 내년까지 계속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진창수 연구위원은 “선거와 관계 없이 일본이 한국에 대해선 계속 강하게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한편에선 일본이 한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이완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의 한국을 향한 공세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한국의 대응을 지켜보며 숨고르기를 하는 국면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가 국제사회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져 일본이 계속 초강공으로 몰고 가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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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무역 보복 조치, 이번 주가 분수령

선거 결과와 관계 없이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는 당분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관련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공식 의견서를 23일 제출할 예정인데, 일본은 자국법에 따라 이 의견서를 접수한 뒤 관련 조치에 곧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지난 1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처음 발표한 뒤 시작된 한·일 무역갈등이 본격화되느냐의 분수령이 이번 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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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더라도 실제로 일본이 금수조치에 들어갈 것인지와 금수조치가 실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원덕 교수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순까지는 갈 것 같다”면서도 “(일본) 정부가 수출 심사를 강화하는 재량권을 확보하겠지만 실제 그 칼날을 휘두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기업에 대한 피해자들의 현금화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실제 금수 조치 발동에 일본이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경제통인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대표도 “일본은 자유무역으로 큰 나라 중 하나”라며 “현재로서는 일본이 극단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갈등 해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화이트리스트 제외 품목을 보면 (자국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상당히 정교한 준비를 마쳤다”며 “글로벌 가치 사슬이라는 게 양쪽 모두에 연계된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준비가 부족해 훨씬 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 규제 품목 면면이 우리는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인 반면 일본은 우리에 대한 수출 비중이 타국에 비해 높지 않은 것들이라는 얘기다. 조 연구위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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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진전 위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일 대치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며 최근 우리 정부는 미국 관여를 고리로 이 문제를 풀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한때 한·일 정보보호협정 연장 재검토 가능성을 밝힌 것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개입을 요청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연이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중재의 가능성과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이이범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중재를 하려고 하더라도, 미·일 무역 협상이 8월 예정된 상황에서 한국에 대해 무역 문제로 압박을 하지 말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상황 타개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현주 전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은 “대법원 판결 이후 우리 정부의 공식적 입장 표명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진창수 연구위원은 “징용 판결 문제에 대해 냉정하게 한국 정부가 할 것은 하고, 출구전략을 찾는 게 좋다”며 “일본에만 요구할 게 아니라 한국 내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과 역할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해 우리가 무엇인가 내놓지 않는 이상 상황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전 대사는 “대법원 판결은 인정하되, 1965년 청구권 협정 체제를 보완하는 형태의 외교적 타협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일 기업과 우리 정부가 함께 참여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금안을 제시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6월 일본에 제시한 안은 한·일 기업이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함께 출연하는 공동 기금안인데, 이 기존 정부안에 우리 정부를 참여 주체로 추가한 것이다. 이원덕 교수는 일본의 식민 불법성 인정, 우리 정부의 배상 포기, 피해자 국내 구제를 묶어 하나의 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이미 지난 6월 안을 제시한 만큼 일본이 먼저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홍주형·이정우·박수찬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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