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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밭일 가던 승합차 전복… 10년 전 참사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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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서 4명 사망·9명 중경상 / 홍성서 출발 밤새 5시간 달려 / 급경사 내리막길 구간서 사고 / 당시도 쪽파 작업 노인들 참변 / 외국인 인부 7명은 불법체류자

고랭지 쪽파 파종 등 밭일을 하기 위해 내외국인 근로자를 태우고 이동하던 승합차가 뒤집혀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사고 차량 운전자 강모(61·여)씨는 10년 전에도 5명이 사망한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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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현장 22일 오전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승합차가 전복된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도로의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가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삼척=연합뉴스


22일 강원도 도로관리사업소 태백지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3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명 ‘석개재’ 인근 지방도로(910번)에서 15인승 그레이스 승합차가 왼쪽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후 전복됐다. 이날 사고로 운전자 강씨와 정모(61·여)씨, 태국 국적 30∼40대 남녀 2명 등 4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은 참혹했다. 차가 전복되면서 차체 일부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고, 지붕과 바닥이 크게 눌렸다. 바퀴 모두가 하늘을 향한 차량 밑에는 일부 근로자가 깔려 있었다. 차량 밖으로 빠져 나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를 향해 서툰 한국말로 “아프다. 아파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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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삼척 가곡 방향의 내리막 우회전 구간에서 운전자가 차를 통제 못 하고 사고 지점 20 정도 옹벽에 부딪히며 내려가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가드레일은 2003년 도로 개통 당시 설치된 안전 등급이 없는 ‘무등급’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는 2009년 1월20일 충남 홍성군 옥암리 도로에서도 쪽파 작업자들을 데리고 가던 중 앞서 가던 굴착기를 들이받아 16명이 죽거나 다친 적이 있다고 홍성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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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날 사고 차량에도 내국인 9명과 외국인 7명 등 1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삼척경찰서 관계자는 “승합차 최대 정원은 15명”이라며 “도로교통법상 정원의 10% 정도는 초과 탑승이 가능해 정원초과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강씨가 홍성 지역에서 밭일을 위해 모집한 근로자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모두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최근 홍성 지역에 일거리가 없자 지인을 통해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 쪽파 파종 작업을 소개받았다. 애초 19일 가려고 했으나 태풍 ‘다나스’ 북상 소식에 파종 작업을 미뤘다가 이날 새벽 330여㎞ 구간을 5시간에 걸쳐 운행했다.

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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