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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글로벌포커스] 中의 對美 4대오판과 10대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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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은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전쟁이다. 두 전쟁 모두 직접적 원인은 무역수지 불균형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미래의 패권을 다투는 국가전략 간 정면충돌이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양쪽 모두 배수의 진을 치고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

중국은 긴장하고 있다. 재협상에 대비한 전열을 정비하면서 지금까지 과정을 꼼꼼히 복기 중이다. 강경론이 주류이지만 자성론도 눈에 띈다. 요지는 중국은 미국을 오판했고 지금부터는 미국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애국주의 함성에 묻힌 '소수의 외로운 외침'이나 공감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자성론이 지적하는 오판은 4가지다. 첫째, 미국 사회의 대중국 혐오감이다. 중국에 대한 비우호감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돌발적 공격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10년 이상 된 해묵은 사안이다. 그럼에도 전례 없는 가혹한 제재를, 전광석화처럼 가함으로써 중국의 허를 찔렀다. 셋째, 중국 편이 없다. 많은 나라들은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에 반대한다. 그럼에도 중국을 지지하거나 연대하겠다고 나서는 나라가 없다는 점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넷째, 미국 공화·민주당의 통일전선이다. 대부분 현안에 사사건건 대립해온 양당이 중국 문제에서만큼은 의기투합하고 있다. 중국은 이 네 가지를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픈 지적이다. 자성론자들은 더 큰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대미 전략과 전술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10가지를 들고 있다.

"미국은 '종이 호랑이'가 아니다. 미국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원하면 무엇이든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미국이 잘못을 계속할 것이라 생각 마라. 국가책략에 오류가 발견되는 즉시 '자기교정 기제'가 작동한다. 미국을 상대로 너무 많은 이익을 챙기려 하지 마라. 이념이나 가치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중시한다. 미국을 추월한다고 떠들지 마라. 다른 나라가 자국을 대체하는 걸 두려워한다. 미국의 환심을 사려 하지 마라. 미국은 동맹에도 자국의 희생을 감수하지 않는다. 미국이 세계 보스임을 인정하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도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미국 앞에서 정보 공유나 인터넷 경제 따위를 떠들지 마라. 인터넷은 미국이 개발했다.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이고 남의 땅에 집 지어놓고 재산권 들먹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의 전략적 공격 대상이 되지 마라. 그들은 전략의 고수다. 일단 자국의 위협으로 간주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박살 낸다. 미국 내 선거가 국가전략을 바꾼다고 생각 마라. 대통령은 바뀌어도 전략은 안 바뀐다. 미국의 목표는 패권이다.

미국과 1대1로 싸운다고 생각 마라. 미국이 행동하면 다른 나라들은 불만이 있어도 결국 따라간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만큼 미국을 집중 연구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인력과 비용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자성론은 의미심장하다. 일본의 보복에 총력전으로 맞서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미·중의 거울로 한일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 강제징용 판결 보복? 참의원 선거전략? 반도체 공급사슬 정점에 있는 한국 끌어내리기? 전쟁할 수 있는 '정상국가'가 되려는 헌법 수정? 비핵화 등 한반도 사안에서 일본 존재감 키우기?

일본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 도발의 끝은? 한일 관계와 동북아 세력 판도는 어떻게 변화하나?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등등…. 이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러려면 "일본의 진면모를 얼마나 알고 있나?"라는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일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가능해지고 근본적 대책도 세워진다. "국제 관계에선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敵)도 없다. 오직 영원한 국가이익만 있을 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는가.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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