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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광화문광장 이석기 석방대회, 서울시 허가 ‘이중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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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광화문광장 정치집회 불허 방침을 세운 서울시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허가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옛 통진당 출신 인사들을 비롯해 민중당과 민노총 등 60여개 단체 회원 2만여명은 20일 광화문광장에 모여 이 전 의원 특별사면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내란선동 등 혐의로 징역 9년이 선고돼 복역 중인 이씨를 ‘종북몰이 희생자’ ‘사법농단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옥중서신까지 낭독했다. 서울시의 광장 사용 허가 기준에 따르면 허용될 수 없는 집회가 열린 것이다.

서울시는 “허가 신청 당시 주최 측에서 ‘인권·평화에 관한 토크 콘서트로, 가수 안치환 등이 공연한다’고 했다”며 ‘문화행사’라고 판단해 허가했다고 한다. 시 대변인은 “이석기 석방대회가 열릴 줄 몰랐다”면서도 “실무적인 검토가 충분치 않았다”고 인정했다. 서울시 조례에는 ‘광화문광장에 시민의 여가 선용과 문화활동 목적이 아닌 정치적 집회는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는 최근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광화문광장의 우리공화당 천막을 강제 철거하고 우리공화당은 천막을 기습적으로 재설치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자유한국당의 문재인정부 규탄 집회도 불허했다. 그런데도 ‘이석기 집회’는 허용해 ‘이중 잣대’라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집회 성격을 몰랐다는 시의 설명도 석연치 않다.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하려면 시의 허가를 받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경찰에 신고된 집회 제목은 ‘8·15 양심수 석방대회’였다. 집회 주체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구명위원회’였다. 경찰에 전화 한 통 하면 집회 성격을 쉽게 알 수 있다. 더구나 2만명이나 모이는 집회여서 5월부터 홍보글과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시가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동안 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의 광화문광장 집회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막았지만 진보진영의 행사에는 광장 사용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광화문광장 행사 때도 정치집회 공방이 벌어졌다. 시가 같은 잘못을 반복하면 국민은 고의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광장 사용에 정파적 차별을 둔다는 건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잣대는 공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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