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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벌써 아베 4선론…“어떻게든 개헌” 위해 12년 집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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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원 선거서 개헌선 확보 실패

2024년까지 집권 연장 시나리오

경제 호황으로 청년층 지지 탄탄

당 안팎 ‘포스트 아베’ 대항마 약해

중앙일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하루 뒤인 22일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를 생각할 때 최대 문제는 국가 간 약속을 지키느냐 아니냐는 신뢰의 문제“라며 ’(한국이) 청구권 협정에 위반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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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대단히 감사한 일이지만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다음분들도 준비하고 있고….”

참의원 선거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21일 밤 일본 방송사들의 생방송 인터뷰에 응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묘한 미소를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벌써 당내에선 4선론이 나온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22일 자민당 총재로 나선 기자회견에서도 4선 관련 질문이 두 번이나 나왔다. 그때마다 아베 총리는“당 규칙에 3선까지로 정해져 있어 4선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저출산 문제와 국익을 지키는 외교 등의 과제에만 몰두하겠다”고 했다.

자민당, 총재 임기 연장안 논의 예상

‘아베 4선론’은 2021년 9월까지인 ‘자민당 총재 아베’의 임기를 한 번 더 늘리자는 아이디어다. 3선까지로 돼 있는 자민당의 총재 선출 규정을 바꾸자는 것으로, 실현되면 아베 총리의 임기는 2024년 9월까지로 연장된다. 21일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의 과반 승리가 유력하다’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자민당은 ‘아베 4선’의 군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지금부터 당내에서 (아베 4선론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4선론의 배경은 먼저 당내에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등 소위 ‘포스트 아베’ 후보들의 정치적 무게감이 아베 총리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아베 4선론’이 제기되는 요인이다.

일본에선 2000년대 중반 1년에 한 번씩 총리가 바뀌었던 때가 있었다. 당시 아시아 지역의 다른 정상에게서 “당신이 내가 상대하는 몇 번째 일본 총리”라는 말을 듣는 총리도 있었다. 자민당으로서도 아베 이후 약체 총리의 단명으로 이어지며 정권 기반이 무너지는 일은 절대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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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참의원 의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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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을 중심으로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아베노믹스)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건 아베 정권의 탄탄한 기반이다. 21일 밤 방송사와의 연쇄 인터뷰에서 4선 관련 질문을 받은 아베 총리는 “남은 임기 동안 모든 분이 아베노믹스의 훈풍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의 지난 3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아베 4선론에 “반대한다”고 답했지만, 2030세대(18~39세)에선 53%가 찬성했다. 젊은 층일수록 아베 4선에 더 호의적이었다.

야권 분열은 아베 4선론을 부르는 또 다른 요인이다. 자민당보다 더 우파인 일본유신회를 제외한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공산당, 사민당 등 주요 4개 야당은 이번 참의원 선거 때 32개 선거구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내 10개 선거구에서 이겨 목표(11석)에 근접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전체 의석으로 보면 열세다. 이번 선거에서 전체 야권(야권 성향 무소속 포함)이 얻은 50석 중 일본유신회의 의석이 20%(10석)에 달할 만큼 일본 내 정통 리버럴과 좌파의 입지는 약하다. 선거 국면에선 ‘반아베’를 기치로 후보 단일화에 나섰지만 스펙트럼이 넓어 정작 의회에선 정책 공조도 어렵다. 예컨대 입헌민주당은 현행 헌법 수호 투쟁을 내걸었는데 국민민주당은 ‘개헌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베 4선론을 견제할 야권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일본 정치권 일각에선 국제 정세와 아베 4선론을 연결시키기도 한다. 총리관저 사정에 밝은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자민당 내에선 “아베 총리의 임기가 끝나는 2021년 9월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재선에 성공하면 그대로이고 중국의 시진핑도 러시아의 푸틴도 그대로일 텐데, 왜 아베 총리만 그만두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베 총리의 대미 외교력까지 끄집어내는 경우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 본인이 4선을 노릴 가능성이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개헌과 관련해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2020년 새헌법 시행’이란 목표를 내걸어왔다. 그러나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소위 ‘개헌 세력’이 개헌안 처리를 위한 3분의 2 확보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개헌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기한이 있을 리 없지만, 내 임기(2021년 9월까지) 중에 어떻게든 실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11월이면 일본 역사상 ‘최장 총리’ 기록

아베 총리는 개헌을 위한 배수진이라 할 수 있는 중의원 해산, 총선거 카드도 놓지 않고 있다. 22일 기자회견에서도 “(현재로선 중의원 해산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어떤 선택지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본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은 임기 내 개헌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4선 연임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아베는 오는 11월이면 1차 아베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1년을 합쳐 일본 헌정 사상 최장 총리가 된다. 만약 임기를 연장(2024년 9월까지)한다면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 12년을 연속 집권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게 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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