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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한국도 중국도 받아주지 않아" 탈북 화교 4명 첫 난민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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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북한 주민으로 인정 안해

中도 "우리 국민 아니다" 입국 거부

"한국에선 중국 사람이라 하고, 중국에선 북한 사람이라네요. 언제까지 떠돌이 무국적자로 살아야 할지…."

탈북 화교 4명이 지난 5월 8일 난민 신청을 하기 위해 서울 신정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았다. 탈북 화교는 북한에서 화교로 등록하고 살다 탈북해 한국으로 넘어온 사람들을 일컫는다. 법무부에 따르면 탈북 화교가 난민 지위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북 화교는 한국에서 탈북민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우리 정부가 이들을 북한 주민이 아닌 중국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도 이들을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무국적자 취급을 받는 탈북 화교가 국내에 2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난민 신청을 한 4명 중엔 2009년 탈북한 A(48)씨도 포함돼 있다. 그는 입국 후 조사 과정에서 화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법무부는 A씨를 추방하기 위해 중국 대사관에 여권 발급을 요청했다. 중국은 "우리나라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며 거절했다. A씨는 이후 10년 가까이 전국의 농촌, 공장, 공사장 등을 전전하며 불법으로 일했다. 법무부가 A씨에게 임시 체류를 위한 'F-1 비자'를 발급해줬기 때문이다. F-1 비자로는 취업도 할 수 없고 의료보험 등 일체의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 난민 신청을 한 나머지 3명도 A씨와 처지가 같다.

정부가 이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난민 신청으로 합법 취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졌다. 현행 난민법은 난민 신청자에게 취업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씨 등 4명은 F-1 비자를 임시 취업을 할 수 있는 G-1 비자로 바꿔달라고 법무부에 신청한 상태다. 법무부는 오는 29일쯤 이들에게 비자 전환 여부를 알려줄 예정이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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