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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기자의 시각] 수영 중계 어디서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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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주형식 스포츠부 기자


지난 21일 펼쳐진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은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 최고의 볼거리였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만 약 3200만명이 넘는 팬을 거느린 중국 스타 쑨양(28)과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맥 호튼(23)의 자존심 대결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렸다. 경기장에 마련된 취재진 70여석은 일찌감치 신청이 마감됐다. 중국 쑨양이 이 종목에서 사상 최초로 4연패(連覇)를 거두자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은 실시간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정작 대회가 열린 한국은 '무관심'이었다. 왜 그럴까. 이날 시립국제수영장을 찾은 주부 정하윤(38)씨는 "TV 채널을 아무리 돌려봐도 수영선수권 소식을 알 수가 없어 경기장에 직접 왔다. 도대체 어디서 중계를 해주는 거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이런 질문은 인터넷 스포츠 커뮤니티에도 매일 올라온다.

이번 대회 중계권을 가진 유일한 국내 방송사는 지상파 MBC뿐이다. 이번 대회 흥행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회 중반이 지난 현재 "MBC가 대회 주관 방송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MBC가 대회 개막일인 지난 12일부터 22일까지 생중계한 경기는 전체 153경기 중 10경기(6.5%)에 불과하다. 계열사인 MBC스포츠 플러스가 생중계한 3경기를 더해도 총 13경기로 전체 경기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더구나 생중계한 경기는 대부분 한국 대표팀이 출전한 것에 한정됐다. 영국의 애덤 피티(25)가 남자 평영 100m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19세 신예 아리안 티트머스(호주)가 수영 여제 러데키(미국·22)를 꺾고 깜짝 우승을 했다는 이야기도 스포츠 뉴스에 짧게 소개된다.

보다 못한 조직위가 다른 방송사들을 대신해 MBC로부터 경기 영상 사용권을 구입해주는 웃지 못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다른 방송사들은 MBC가 제공해주는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약 5분)을 받아서 스포츠 뉴스에 짧게만 내보내고 있다.

MBC 관계자는 "한국 선수 출전 경기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 편성할 수 있지만, 외국 유명 스타가 나온다고 해서 모두 생중계해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 예능 대신 세계선수권을 중계하면 광고 수입에서 적지 않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MBC는 지상파 채널 외에도 MBC 홈페이지와 MBC 스포츠탐험대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세계수영선수권은 세계 5대 스포츠 대회(월드컵·올림픽·세계육상선수권·F1 그랑프리) 중 하나로 평가받는 빅 이벤트다. 하지만 개최국 한국에선 세계 최고 스타들의 명승부가 소리 소문 없이 묻히는 '스몰 이벤트'로 전락했다.

[주형식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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