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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법과 사회] 조국, 법무장관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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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법무, 靑 눈치 보며 오락가락… 법무장관은 정치 중립 요구돼

노골적 정파성 보인 조국 수석… 장관 되면 檢 중립 멀어질 것

조선일보

최원규 사회부 차장


꽤 오랜 기간 여러 법무장관을 지켜봤지만 지금의 박상기 장관처럼 존재감 없는 장관은 처음 봤다. 교수 출신으로 장관이 돼 '법무부 탈(脫)검찰화'를 하겠다면서 검사들이 맡던 법무부 몇몇 자리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으로 채운 것 외에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지난해 6월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할 때도 마이크를 잡은 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그는 병풍처럼 옆에 앉아만 있었다. '허수아비 장관'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압권은 지난 3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활동 기간을 추가 연장한 일이었다. 애초 과거사위는 과거사 사건 조사 실무를 맡은 진상조사단의 조사 기간 연장 요청에 대해 '재연장 불가' 입장을 발표했다. 이미 세 차례나 활동 기간을 연장했다는 이유였다. 사실상 장관의 뜻이 반영된 것이었다. 그런데 일주일 뒤 문재인 대통령이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 접대 의혹' 사건 등에 대한 철저 수사를 지시하자 바로 그날 입장을 바꿔 활동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그러면 부끄러워서라도 나서지 말아야 하는데 박 장관은 다음 날 기자회견에 나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중엔 공소시효가 지난 것도 있었다. 법학자로서 자존심은 내팽개치고 대통령 눈치만 본 것이다.

그로 인해 법무장관 위상은 추락할 대로 추락해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제 그 자리에 조 수석을 임명하려 하고 있다. 인사 검증을 제대로 못 해 거듭된 '인사(人事) 참사'를 불렀던 그가 그만한 실력을 갖고 있는지는 따지지 않겠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 비서인 민정수석을 하면서 소셜미디어에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글을 쓰고, 유튜브 방송에 나가 야당을 대놓고 공격했다는 점은 그냥 넘기기 어려운 문제다. 최근엔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을 향해 '친일(親日)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역대 어느 민정수석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본분을 잊고 청와대 대변인인 양 나서는 그를 법무장관에 앉히면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누가 법무부의 공정성을 믿겠는가.

법무장관은 다른 어느 장관보다 엄정한 정치 중립이 요구되는 자리다. 법치주의 수호자로 검찰을 지휘하고, 법 집행의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조국 법무장관'은 '실세(實勢) 장관'은 될지 모르지만 결국엔 법무부를 망치는 최악의 인사가 될 것이다.

여당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권재진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으로 직행한 전례가 있다고 말한다. 당시 야당이던 지금의 여당은 그때 "검찰을 이용하려는 최악의 측근 인사"라고 했다. 그래 놓고 지금은 "검찰·사법 개혁 적임자인 조국은 (권재진과) 다르다"고 한다. 이런 몰염치가 없다. 김선수 대법관은 2011년 민변 회장이던 시절 "청와대 수석으로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람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검찰의 중립적인 기소권 행사라는 사법 개혁 방향에 어긋나고, 수사권 독립이라는 대전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당은 이 말엔 대체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문 대통령은 '적폐 수사'를 이끌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여기에 조 수석까지 법무장관에 임명하겠다는 것은 인사를 통해 검찰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예외도 두 번이 되면 관행이 된다. 다음 정권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테고 그러면 법무부·검찰의 정치 중립은 요원해질 것이다. 조 수석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해선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최원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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