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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與圈서도 "조국의 이분법 발언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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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공직자이면서 갈등 확산 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박범계 "친일 논란은 사태 단순화"… 조국, 또 "大法 비방은 無道"

손학규 "국론 분열만 조장하는 조국, 법무장관 임명해선 안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비판하는 건 무도(無道)하다'며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한 '대일(對日) 여론전'을 이어갔다.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해 첫 언급을 했던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열흘간 조 수석이 올린 글은 44건에 달했다. 조 수석의 연이은 페북 글에 대해 야당과 전문가들뿐 아니라 여당 친문 진영 내부에서도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페이스북' 이어 '책'으로 여론전

조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사법) 주권이 타국, 특히 과거 주권 침탈국이었던 일본에 의해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대법원 판결을 비방·매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일지 몰라도 '무도'하다"고 했다. '이적' '친일파'에 이어 '무도(도리에 어긋난 행위)'라는 표현까지 쓰며 공격한 것이다. 야권과 언론은 대법원 판결이 아니라 정부가 과거 민관 공동위의 결정 취지를 부인하면서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것을 비판해 왔다. 그런데 마치 판결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비판한 것이다.

조 수석은 또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하거나 '민족 감정' 토로 차원의 문제 제기가 아니다"라면서 이번이 일본 문제와 관련한 마지막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연이은 선동적 발언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페북 글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조 수석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보회의에 아베 내각의 정치적 배경을 설명하는 '일본회의의 정체(日本會議の正體)'라는 책을 들고 와 테이블에 올려놨다. 일본 언론인 출신이 쓴 이 책은 아베의 배후로 지목되는 일본회의의 성립 과정과 작동 방식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엔 '일본의 개헌 움직임을 이해하는 출발점인 동시에 우경화의 종착점'이라고 적혀 있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이 책을 자신의 자리로 가져가 훑어보기도 했다. 이에 앞서 방송인 김어준씨도 tbs 교통방송에서 '일본회의'와 관련한 내용을 다뤘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와 여권이 아베 정권의 우경화를 부각시켜 '진보층 결집'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법리적 문제는 조 수석이 충분히 발언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옹호했다.

◇여당에서마저 "공직자로서 부적절"

그러나 여권에선 "(조 수석이) 단순 법리 해석을 넘어 편을 가르는 이분법적인 발언을 계속하는 데 대해 청와대가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친문(親文) 인사로 꼽히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직자로서 갈등을 오히려 확산·심화시키는 역할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 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들은 굉장히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단정해서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자유한국당이 친일이냐, 중도냐라는 (조 수석의) 관점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라고 했다. 김광두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선동하는 듯한 언어를 소위 지도자급 인사들이 사용하는 것은 국익과 민생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 '곡학아세(曲學阿世)'란 글에서 '자신과 정권을 비판하는 자들을 친일파로 낙인 찍고 있다.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고 했다.

야당도 조 수석을 정면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국민을 편 가르고 야당을 공격하는 데만 바빴지 무슨 해결책을 내놓았는가"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북한팔이를 하던 문재인 정권이 이제는 일본팔이로 나가서 무능과 무책임을 덮고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조 수석이 국론 분열 조장만 하고 있는데, 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선 안 된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김재두 대변인은 "관군(官軍)의 최고 핵심인 조 수석이 난국을 헤쳐나갈 극일(克日) 방안은 찾지 않고 의병 선동만 하고 있다"며 "차라리 학교로 돌아가라"고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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