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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李 방통위원장, 임기 1년 남기고 돌연 사퇴… '가짜뉴스 자율규제' 소신 펴다 당정과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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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성과 발표 예정이던 자리… 전날 '사퇴설' 돌더니 현실로

조선일보

이효성(68·사진)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제2기를 맞아 국정 쇄신을 위해 대폭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에 제1기 정부 일원인 나는 새로운 정부 구성과 원활한 팀워크를 위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2017년 7월, 3년 임기의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이 위원장은 아직 1년의 임기가 남아 있다. 과거 중도 사퇴한 방통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측근 비리 혐의로 물러났던 최시중 전 위원장이 유일했다. 정치권과 방송통신계에서는 "이 위원장이 가짜 뉴스 규제 방식을 두고 정부·여당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언론학자 출신인 이 위원장은 작년부터 '가짜 뉴스 규제' 방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마찰을 빚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10월 가짜 뉴스에 대한 신속 수사와 엄정 처벌 의지를 밝히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주무부처인 방통위에 대해서도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자칫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규제가 아닌 '가짜 뉴스 자율 규제'를 내걸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1일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 '허위조작 정보 자율규제 협의체'가 출범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주제는 1주일 전만 해도 '2년간의 방통위 성과 및 계획 발표'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전날인 21일부터 갑자기 '이 위원장 자진 사퇴설'이 돌기 시작했고 현실화됐다. 방통위 안팎에선 "총선을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나 여당에 유리한 인사를 위원장 자리에 앉히려는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후임 위원장에 친여 성향이 강한 표완수 시사인 대표,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서로 입장이 다른 상임위원들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방통위원장에 진영 논리가 강한 인사가 임명될 경우 정권 친화적 정책에만 경도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히며 "방송·통신 컨트롤타워가 일원화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며 "한 정부에서 방송·통신 업무를 두 부처에서 관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방송통신 업무의 산업 진흥 부분은 과기정통부가, 규제 업무는 방통위가 나눠서 담당하고 있는 현 상황이 비효율적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구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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