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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보험업계에 부는 ‘베트남 바람’…민관이 함께 가는 ‘금융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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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베트남 호치민시. 제공|픽사베이



[스포츠서울 김혜리 기자] 보험사들이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신(新)남방 국가로의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시장이 저출산·고령화로 성장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의 ‘2018년 보험회사 해외점포 영업실적’에 따르면 해외법인을 운영 중인 보험사의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2370만달러(약 2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2090만달러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해외 점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싱가포르·중국·베트남 등 아시아지역의 실적 개선에서 기인한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관심은 특히 높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베트남의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2.0%, 2.4%에 불과하다. 손해보험 원수보험료(매출액)도 15억7000만 달러(약 1조7654억원)로 한국 손보 시장 원수보험료(약 60조원)의 약 30분의 1 수준으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여기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료 비중을 뜻하는 ‘보험침투율’을 보면, 우리나라 생명보험은 7.0%인 데 반해 베트남은 0.6% 수준이다. 도이치뱅크는 베트남 보험 시장에 대해 오는 2020년까지 연간 12.5%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사무소 개소부터 현지보험사 지분 인수까지

한화생명은 지난 2009년 베트남 보험시장에 진출해 올해로 영업 10주년을 맞이했다. 한화생명은 첫 발을 딛은 이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베트남 현지 18개 생명보험사 중 점유율 기준 8위에 올랐다. 신계약실적(APE)은 영업 개시 첫해인 2009년 410억동(VND)에서 지난해 말 기준 8715억동으로, 수입보험료는 322억동에서 2조1334억동으로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베트남 현지 분위기를 반영해 목돈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만기 환급형 양로보험과 금리 연동형 저축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보장성 상품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2008년 베트남 하노이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다. 최근 베트남 최대 국영 생명보험사인 바오비엣생명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등 동남아 추가 진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바오비엣생명은 국영 금융지주회사인 바오비엣홀딩스가 지분 100%를 가진 완전 자회사로, 바오비엣홀딩스는 현재 베트남 재무부가 지분 69%(베트남 투자 공사 지분 포함 72%)를 보유 중이다. 삼성생명은 베트남 금융당국이 지분 대량 매각에 부정적인 것을 감안해 바오비엣생명의 20% 내외 지분 투자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며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지분 인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5월 베트남 하노이에 본사를 둔 프레보아 베트남 생명을 통합해 ‘미래에셋프레보아생명’을 출범시켰다. 미래에셋생명은 1조1000억동(약 51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프레보아생명의 지분 50%를 인수하며 현재 최대 출자자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베트남 현지 맞춤형 유니버설 저축보험을 출시하고 올해부터는 로드쇼 채널에도 상품을 출시하는 등 현지 소비자들에게 바짝 다가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손보사 가운데는 삼성화재가 지난 1995년 국내 보험사 중 최초로 베트남 호치민에 사무소를 열었다. 2002년에는 베트남 국영재보험사와 손을 잡고 합작법인 ‘삼성 비나(Samsung Vina)’를 설립해 지분율을 초기 50%에서 70%까지 끌어올렸다. 2017년에는 베트남석유공사가 설립한 손해보험사인 페트롤리멕스보험주식공사(PJICO)의 지분 20%를 인수해 시장 공략 채널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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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틴은행 보험회사(VBI) 지분 25% 인수 계약식. 제공|현대해상



현대해상도 1997년 베트남 호치민에 사무소를 열며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016년에는 하노이에 사무소를 추가로 열었다. 이후 지난해 말 베트남 손보사 ‘비에틴은행 보험회사(VBI)’의 지분 25%를 인수하기도 했다. VBI는 베트남 2위 국영은행인 비에틴은행 자회사로 설립 10년 만에 30개 현지 손보사 중 시장점유율 10위를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2011년 베트남 호치민에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신남방 진출 첫 발을 디뎠다. 이후 DB손보는 현지 우량 손보사를 인수하는 전략으로 2015년 베트남 PTI(Post&Telecommunication Insurance)사의 지분 37.3%를 취득해 최대주주 자격을 확보했다. 베트남 손해보험시장 점유율 3위의 PTI는 전국 우체국 영업망을 기반으로 튼튼한 판매 채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DB손보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은행들과 방카슈랑스를 기획하는 등 시너지 확대 방안도 연구 중이다.

◇금융당국도 보험사 신남방 진출 지원

금융당국도 신남방 국가와 금융협력을 강화하고 애로사항을 현지에 전달하는 등 보험사의 신남방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직·간접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주요 신남방 국가의 보험감독 관련 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초청 연수를 열기도 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태국 등 총 6개국의 보험감독 당국 직원과 관계자 20명이 연수를 받았다. 이들은 한국의 금융감독체계, 한국 보험산업의 발전사 및 발전정책 등 이론 강의와 유관 기관 방문 등 현장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주요 신남방국가 보험감독자들이 한국 보험 산업·제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우리나라와 문화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3월에는 금감원 간부들이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 금융당국 관계자들에게 보험 관련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국내 보험사가 현지 보험사 지분 인수,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 협력을 당부한 것이다. 당시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쩐 수안 하 베트남 재무부 차관을 예방, 면담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보험 감독 방안 연수 제공을 약속하며 현지 은행과의 업무협력 협조를 부탁했다.

이를 통해 금감원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 금융회사의 인허가 심사가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금융회사 운영 중에 생기는 애로사항들도 원만하게 해소시킨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금융인력 교류로 국내 보험사의 현지 영업에 활기가 더해질 것”이라며 “국내에 이어 현지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신남방에 맞는 보험 상품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김혜리기자 kooill9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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