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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휴가길 정체는 없다' 딥러닝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내비게이션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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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기도 성남시 궁내동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 종합상황실. CCTV에서 들어오는 영상정보와 도로 곳곳에 설치된 검지기를 통해 들어오는 데이터 등이 고속도로 교통예보의 바탕이 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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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후 출발 때는 24분 소요. 3시간 후 출발 때는 27분 소요.’‘5분 뒤 시속 40㎞로 이동 가능…’

내비게이션을 앞세운 교통정보 예측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지도와 실시간 교통정보를 이용해 빠른 길을 찾아주는 내비게이션이 최근 들어 빅데이터와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여기에서 더 진화한 딥 러닝(Deep learning) 기법까지 활용한 인공지능으로 무장하면서 미래 교통상황에 대한 정확도 높은 예측을 하고 있다. 차량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의 지도정보만 이용해 ‘길 찾기’만 하던 10여 년 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진화하는 내비게이션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인 SK텔레콤의 티맵은 머신러닝 기반 인공지능으로 교통정보 서비스를 하고 있다. 티맵의 강점은 데이터다. 2002년‘네이트 드라이브’로 세계 최초 모바일 내비게이션이 된 이래, 올해로 17년째 데이터를 쌓고 있다. 이용자의 위치정보시스템(GPS)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내비게이션 앱은 이용자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리서치회사 닐슨코리아클릭의 6월 통계에 따르면 티맵은 순 설치자가 1660만명, 순이용자 960만 명에 달한다.

김용훈 SK텔레콤 T맵서비스셀 담당자는 “단순 과거이력 기반의 패턴정보가 아닌 학습된 빅데이터 기반으로 머신러닝을 이용해 최적의 경로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는 빅데이터를 통해 개별 이용자의 운전습관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길 안내와 예측을 하는 기능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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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교통량 데이터를 보고 있다 있다. [사진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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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일반 스마트폰 이용자뿐 아니라 23만 명에 달하는 택시 기사들이 이용하는‘카카오T택시와, 대리기사(12만 명)들의 ‘카카오대리’를 통해 추가가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반 이용자들만 사용할 경우 오전 시간대, 저녁시간대에 데이터가 편중되는데, 택시 및 대리 기사들의 활발한 이동으로 24시간 동안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도 교통예측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지난 9일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의 고성안 교수팀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교통정체의 원인을 파악하고, 특정 도로의 가까운 미래 상황을 예측해 시각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5~15분 뒤에 일어날 도로 상황을 예측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차량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라는 기존 교통안내가 '5분 뒤 시속 40㎞로 이동 가능합니다'처럼 구체적으로 바뀔 전망이라고 UNIST측은 밝혔다.

고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기존 확률통계 분석에 딥러닝 기술을 도입해 특정 도로구간에서 15분 후에 벌어질 교통상황을 평균 시속 4㎞ 내외의 오차로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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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SK텔레콤이 T맵에 누구(NUGU) 인공지능 스피커를 접목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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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예측에는 분산이 중요

‘미래를 예측하는 순간, 그 예측이 미래를 왜곡시킨다’는 말이 있다. 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A와 B 두 가지 길이 있을 때 내비게이션이 A를 경로를 추천할 경우, 내비게이션 사용자가 모두 A로 몰려 예측과 반대로 정체를 일으키는 경우다. 실제로 그간 내비게이션 앱 사용자들 사이에서 자주 일어났던 일이기도 하다. 도로를 달리고 있는 운전자의 스마트폰에서 발생하는 GPS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앱 회사가 달라도 같거나 비슷한 경로를 보여주게 된다.

김용훈 SK텔레콤 T맵서비스셀 담당자는 “이런 문제 때문에 교통정보 예측에서 ‘분산 알고리즘’이 중요해진다”며 “요즘에는 분(分) 단위나 이용자 별로 다른 길을 추천해주는 방법으로 모든 이용자들이 같은 길에 몰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가 명절 교통예보를 할 때도 비슷한 방법을 쓴다. 국내 1호 교통예보관인 남궁성 한국도로공사 R&D협업센터 센터장은 “교통예보는 심리학과 빅데이터 분석이 잘 섞여야 한다”며 “교통 정보를 줄 때 10명 중 3명 정도가 정보대로 방향을 바꿀 정도로 뉘앙스를 조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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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고성안(왼쪽)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교통 예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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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없으면 인공지능도 무용지물

내비게이션 앱이나 교통예보의 실력은 어떤 인공지능을 쓰느냐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인공지능이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가 얼마나 많으냐에 달려있다. 현재는 이동통신사와 포털사이트 등은 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의 스마트폰 GPS 정보를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이 외에도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청ㆍ한국도로공사 등의 카메라 적외선 센서, 도로 바닥에 설치된 센서 등에서도 교통정보가 생산된다.

고성안 울산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교통정보는 데이터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며 “아직은 내비게이션앱이나 교통정보 제공기관에 따라 데이터가 다르지만, 스마트폰 GPS 데이터와 지자체의 교통정보 수집 CCTV 카메라, 도로공사의 도로 바닥 센서 등이 모이면 훨씬 더 정확한 교통예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성 한국도로공사 R&D협업센터 센터장은 “그간 도로도 많이 늘었지만, 내비게이션 등 교통정보도 빠르게 발전해 차량이 고루 분산되면서 갈수록 교통체증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커넥티드카처럼 차량 간 정보 연결로 이어지면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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