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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길섶에서] “아니오, 오늘이오!”/이지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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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죄수가 석방되면 으레 쌀 몇 말을 남겼고, 그날은 잔칫날이 된다. 죄수들이 밥을 짓고는 고사를 지내는데, 밥술을 떠서 형 집행실 너머로 뿌리면서 기도를 바친다.” 1878년 서울서 감옥살이를 했던 프랑스 선교사 펠릭스 클레르 리델의 묘사는 생생하다. “죄수 모두가 내일 아침이면 나가게 해 주십시오” 외치면, 죄수들은 “아니오! 오늘 저녁에 다 나가게 해 주시어 한 사람도 남지 않게 해 주십시오” 다시 고축했다 한다.

그들의 ‘오늘’은 얼마나 간절했을까. 해가 지면, 점호가 이뤄지고 밖에서 굵은 빗장을 가로질러 걸어 놓은 뒤 쇠사슬로 얽어매어 잠근다. 옥졸은 마을로 자러 가면서 죄수들에게 “자지 말고 불조심하라”고 당부한다. 불이 나도 밖에서 문을 열어 줄 이는 없다. “죄수들이 하루 중 가장 슬픈 때가 문이 닫히는 순간이라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신부는 회고했다.

다음 장면은 더 애절하다. “저녁을 먹는 때였는데, 옥졸이 어느 죄수에게 ‘나와! 목매러 가자’고 하니, 굶주림으로 애타게 기다렸던 밥인데도 모두 밥알 한 알도 삼키지 못하고 밥사발을 내려놓았다. 교수형은 소리 없이 집행된다. 사형수의 비명도 탄식도 들리지 않는다.”

참으로, ‘내일’은 조심스레 꺼내 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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