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일본의 보복조치를 참의원 선거 전략의 하나로 간주하는 시각이 작지 않았다. 선거가 끝나면 정상화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이러한 기대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아베 총리는 선거 출구조사가 나온 후 “국민이 안정된 정치 기반 위에서 국익을 지키는 외교를 하라는 판단을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지지를 무기로 내세워 더 강력한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오만의 표출이다.
문제는 보복 쓰나미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 기업들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과 관련한 의견 수렴을 내일까지 진행한다. 그리고 오는 26일 각의 결정을 통해 배제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지만 ‘배제’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1100여개에 해당하는 품목을 수출하는 일본 기업은 그때마다 경제산업성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우리 산업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물론 자동차, 배터리, 정밀화학 등 주력산업 전반이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은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자유무역 질서를 위협하고 세계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지탄받아 마땅하다.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간 국제기구를 통한 여론전을 펼치는 것 또한 당연한 대응이다. 하지만 ‘발등의 불’은 우선 끄고 봐야 한다. 일본을 향한 날선 비판과 국제무대를 통한 압박도 좋지만 눈앞에 닥친 위기의 쓰나미부터 막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일본을 타협의 길로 이끌어낼 현실적 방안을 냉정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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