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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물놀이 뒤 가렵고 흰 분비물” 여름철 주의해야하는 여성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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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생리 불순은 자궁내막암·호르몬 이상 등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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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강모(27)씨는 최근 여름 휴가를 다녀온 뒤 고민이 생겼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외음부가 가렵고 흰색의 치즈 같은 분비물이 나오는 증상이 생겼다. 분비물에서 평소와 달리 좋지 않은 냄새도 났다. 산부인과를 찾은 강씨는 질염 진단을 받았다.

해마다 휴가철이면 강씨처럼 질염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여름철에는 땀이 많이 나는데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물놀이를 즐기게 돼 균에 노출되기 쉽다. 게다가 수영복 안에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속바지 등을 입고, 땀이 나도 갈아입기 쉽지 않다보니 질 내부에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게 된다. 흔한 질환이지만 믿을만한 정보가 없어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병원을 찾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치료 없이 방치하다가 골반염으로 번지기도 한다.

질염은 칸디다 질염과 트리코모나스, 세균성 질염 그리고 위축성 질염으로 나뉜다. 칸디다 질염은 질과 외음부에 곰팡이균이 자라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있거나 면역력이 저하될 때 발생한다. 순두부나 치즈 같은 흰색 질 분비물 그리고 가려움과 성교통이 특징이다. 질은 평소 PH 3.8-4.5로 강한 산성을 유지해 외부로부터 세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 질 내 산성도가 정상적인 범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질염이 악화될 수 있다.

트리코모나스는 질 편모충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남성의 성기에도 기생할 수 있는 기생충이기 때문에 남편ㆍ남자친구와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보통 심한 가려움증과 거품이 있는 분비물이 생긴다.

건강한 질은 90~95% 이상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균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균성 질염은 건강한 균인 락토바실러스균이 줄어들고 가드넬라, 유리아 플라스마 등의 혐기성 세균의 양이 늘어나면 발생한다. 세균성 질염은 다른 질염과는 달리 성교통이 없으며 비릿한 냄새가 나거나 회색 분비물이 많아진다.

위축성 질염은 폐경 이후에 에스트로겐의 감소로 질 점막이 얇아지며 분비물이 줄고 건조해지면서 생긴다. 가려움증이 생기고, 가벼운 자극에도 출혈이 발생한다. 질 점막의 방어 기능도 줄어들어 세균에 쉽게 감염된다. 여성호르몬 투여가 주된 치료 방법이며 질 크림이나 질정 투여 등으로 국소적인 증상을 완화해준다.

질염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꽉 끼는 옷은 균이 자라기 좋은 고온다습한 환경을 조성한다.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스키니진이나 레깅스, 스타킹, 속바지, 거들 등 조이는 옷을 피하고 면 소재의 속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팬티라이너도 통풍을 방해할 수 있어 분비물이 많다면 면 속옷을 여벌로 준비해 갈아입는게 낫다.

질 내부는 씻는 것이 아니다. 여성 청결제와 세정제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알칼리성인 세정제로 질 내부를 씻으면 질 속의 산도 균형이 파괴되고 유익균까지 공격해 질염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여성 청결제도 자주 사용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자연적인 방어 기능을 떨어트릴 수 있다. 하루 한 번 흐르는 물로 외음부만 닦아주고 잘 말려준 뒤 속옷을 착용하면 된다. 질염의 근본적인 원인은 면역력 저하다. 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면과 올바른 식습관을 가진다. 질염 증상을 겪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게 좋다.

김탁 고려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질 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는 한 번 사라지면 다시 서식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질염 환자의 50% 이상이 재발하고 있다”라며 “만성이 되면 질 내 번식하고 있던 세균이 퍼지면서 골반염이나 방광염으로 발전하거나, 임신했을 때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진단과 관리가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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