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집회 참가 샬럿 라이트 / “기후변화는 너무 큰 문제지만 / 시민들 함께 하면 바꿀 수 있어”
지금까지 환경단체에 가입한 적도 없고, 사회 문제에 분연히 일어나는 행동가도 아니었다.
지난해 10월31일 영국 런던 의회 광장에서 1500명의 시민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운동의 출범을 알리기 위해 모였을 때 샬럿 라이트(39)도 켄트에서 올라와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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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라이트가 지난해 11월 딸과 함께 영국 런던에서 열린 멸종저항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샬럿 라이트 제공 |
무엇이 평범한 직장인, 평범한 엄마, 평범한 시민인 그를 움직였을까.
“지난해 신문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1.5도 보고서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막연한 걱정이 구체적인 위기로 다가온 느낌이었죠.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살 만한 지구를 물려줘야 할 텐데, 그러려면 내가 변화를 위한 촉매가 돼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멸종저항은 지난해 10월 결성됐다.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정부에 불만을 나타내는 ‘불복종 운동’을 한다.
기후변화가 핵심 이슈지만 기존의 환경운동단체와는 결이 다르다. ‘대표-사무처장-국장’으로 이뤄진 중앙 조직도 없고, 누구나 자신만의 멸종저항 그룹을 만들 수 있다. 반년 만에 영국 전역에서 130개 멸종저항 그룹이 생겼고 지금은 45개국 650개 그룹으로 확대됐다. 멸종저항운동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진실을 말하라’ 그리고 ‘당장 행동하라’. 지난해 IPCC 1.5도 보고서는 ‘기온상승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12년밖에 안 남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위에 참여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나만 위기를 느낀 게 아니구나’를 확인했다는 거예요. 과학자와 예술가, 정치인, 지나가는 시민 등 너무나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이 지지를 보냈어요.”
영국 의회는 지난 5월 기후위기를 받아들이고 ‘기후환경위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부는 G7(주요 7개국) 국가 중 처음으로 2050년 순탄소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기후변화법으로 구속력 있게 추진될 계획이다.
‘기후변화 피로감’이 가득한 우리나라에서도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그에게 물었다.
“‘피로감’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야, 그건 정부가 알아서 해야 해’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 같네요. 맞아요. 기후변화는 너무 커다란 문제이고, 그래서 ‘내가 뭘 어쩌겠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하지만, 저는 멸종저항이라는 경험을 통해 절실히 느꼈습니다. 개인은 약하지만 시민의 힘은 강하다고요.”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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