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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멸종저항’ 시위 참여 세아이 엄마 “살만한 지구 물려주기 위해 시작” [뜨거운 지구, 차가운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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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집회 참가 샬럿 라이트 / “기후변화는 너무 큰 문제지만 / 시민들 함께 하면 바꿀 수 있어”

그는 9살, 7살, 4살 세 아이의 엄마다. 영화 예고편을 만드는 일을 하며 영국 남부 켄트의 시골 마을에 산다.

지금까지 환경단체에 가입한 적도 없고, 사회 문제에 분연히 일어나는 행동가도 아니었다.

지난해 10월31일 영국 런던 의회 광장에서 1500명의 시민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운동의 출범을 알리기 위해 모였을 때 샬럿 라이트(39)도 켄트에서 올라와 그 자리에 있었다.

세계일보

샬럿 라이트가 지난해 11월 딸과 함께 영국 런던에서 열린 멸종저항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샬럿 라이트 제공


무엇이 평범한 직장인, 평범한 엄마, 평범한 시민인 그를 움직였을까.

“지난해 신문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1.5도 보고서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막연한 걱정이 구체적인 위기로 다가온 느낌이었죠.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살 만한 지구를 물려줘야 할 텐데, 그러려면 내가 변화를 위한 촉매가 돼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멸종저항은 지난해 10월 결성됐다.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정부에 불만을 나타내는 ‘불복종 운동’을 한다.

기후변화가 핵심 이슈지만 기존의 환경운동단체와는 결이 다르다. ‘대표-사무처장-국장’으로 이뤄진 중앙 조직도 없고, 누구나 자신만의 멸종저항 그룹을 만들 수 있다. 반년 만에 영국 전역에서 130개 멸종저항 그룹이 생겼고 지금은 45개국 650개 그룹으로 확대됐다. 멸종저항운동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진실을 말하라’ 그리고 ‘당장 행동하라’. 지난해 IPCC 1.5도 보고서는 ‘기온상승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12년밖에 안 남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위에 참여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나만 위기를 느낀 게 아니구나’를 확인했다는 거예요. 과학자와 예술가, 정치인, 지나가는 시민 등 너무나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이 지지를 보냈어요.”

영국 의회는 지난 5월 기후위기를 받아들이고 ‘기후환경위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부는 G7(주요 7개국) 국가 중 처음으로 2050년 순탄소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기후변화법으로 구속력 있게 추진될 계획이다.

‘기후변화 피로감’이 가득한 우리나라에서도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그에게 물었다.

“‘피로감’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야, 그건 정부가 알아서 해야 해’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 같네요. 맞아요. 기후변화는 너무 커다란 문제이고, 그래서 ‘내가 뭘 어쩌겠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하지만, 저는 멸종저항이라는 경험을 통해 절실히 느꼈습니다. 개인은 약하지만 시민의 힘은 강하다고요.”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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