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중국 유학 주의보…”이젠 외국 학생이라 봐주는 거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법률법규 위반 유학생 엄벌에 처할 것”

“중국 학생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

중국 교육부, “초국민대우” 기대 말라

중국 내 최다 한국 유학생 특히 유념해야

앞으로 중국에 유학할 때는 과거에 비해 한층 더 학업 성적이나 행동거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 중국 교육부 국제협력 및 교류국 책임자가 인민일보(人民日報)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법규 위반 외국 학생에 대한 엄벌”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중국 내 외국 유학생과 중국 학생을 학업 친구로 맺어주는 쉐반 프로그램이 중국 인터넷에서 도마에 올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국 인터넷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교육부 관계자는 20일 “중국에 유학 온 외국 학생이 중국의 법률이나 법규, 학교 규칙 등을 어겼을 경우 엄격하게 처벌할 예정이며 법을 위반한 범죄에 대해선 관련 부문과 협력해 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외국 유학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앞으론 중국 학생과의 관리 차이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학생이라 봐주는 건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성적과 장학금 관리도 철저히 해 기준 미달 시 장학금 수혜 자격을 취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8년 현재 196개 국가에서 온 49만 2000명의 외국 학생이 중국 내 1004개 대학에서 유학 중이다. 이중 한국 유학생이 6만 명가량으로 가장 많아 교육부의 이번 조치로 한국 학생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 내 외국 유학생 ‘톱 5’ 국가는 한국과 태국, 파키스탄, 미국, 인도 순이다. 중국 내 외국 학생의 60%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연선 국가에서 왔으며 6만 3000명의 유학생이 중국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

중국 교육부는 지난 20일 인민일보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앞으로 외국 유학생이 법률법규를 어길 경우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인민망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내 외국 학생에 대한 엄격한 관리 방침이 갑작스레 공표된 건 이달 초 불거진 중국 산둥(山東)대학의 ‘쉐반(學伴, 학업 친구)’ 문제가 계기가 됐다. 지난 6일 중국 인터넷에 ‘유학생 하나에 중국 학생 셋 붙여주기’라는 글이 올라왔다.

산둥대가 유학 온 외국 학생에게 쉐반으로 불리는 중국 학생 세 명을 붙여준다는 것이다. 그러자 외국 유학생이 중국 학생은 받을 수 없는 ‘초국민대우’를 받고 있다는 비난이 인터넷을 달궜다. 쉐반 프로그램엔 한국 학생도 적지 않게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상치 않은 사태 전개에 놀란 산둥대는 7일 긴급히 성명을 발표하며 해명에 나섰다. 쉐반은 중국과 외국 학생 간 국제 교류 활동의 하나로 합법적이며 산둥대뿐만 아니라 난징(南京)대와 지린(吉林)대, 둥베이(東北)사범대, 중산(中山)대, 하얼빈(哈爾賓)공대 등 많은 학교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중국 산둥대는 '쉐반 제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지난 7일 성명을 내 해명에 나섰으나 악화한 여론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중국 인터넷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외국 학생은 대개 남학생, 중국 학생은 여학생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쉐반은 영어로 buddy로 불린다고도 했다. “대학이 뚜쟁이 노릇을 하느냐”는 엉뚱한 말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중국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시에서 외국 유학생과 중국 경찰 간의 실랑이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푸젠농림대학에재학 중인 이집트 유학생이 오토바이 뒤에 중국 여자친구를 태우고 가다 교통경찰의 단속에 걸렸다.

이 외국 학생이 경찰을 밀치며 거칠게 항의한 게 중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젠 외국인에 대한 ‘초국민대우’는 없애야 한다, 외국 학생이라고 봐줄 필요가 없다는 등의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중앙일보

이집트 유학생이 단속에 나선 중국 교통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오며 중국인의 감정을 자극했다. [중국 인터넷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산둥대는 결국 12일 사과 성명을 냈다. 쉐반을 모집할 때 “외국 이성 벗과 사귀기”와 같은 문구가 있었는데 적절하지 못했다며 쉐반 제도를 전면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외국 남학생 하나에 중국 여학생 셋”과 같은 상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 산둥대 쉐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중국 학생들도 “서로 언어를 익히고 상대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외부에서 말하는 ‘초국민대우’나 이성끼리만 짝을 맺어주는 것과 같은 건 없었다”는 글을 올려 항변했지만 악화한 여론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중국인의 감정에 불을 질렀다. 산둥대가 쉐반을 뽑으며 “이성과 사귀기” “마음에 드는”과 같은 어구를 사용한 건 중매업소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쉐반의 임무로 “함께 책 보고, 함께 영화 보기” 등이 있는데 이게 학창시절 연애할 때 많이 하는 것으로 오이밭에서 신발을 추스른 것과 뭐가 다르냐며 산둥대에 문제가 많다는 식의 보도를 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8일 칼럼을 통해 “이번 쉐반 풍파를 통해 외국인을 평등하게 대할 때”라는 주장을 폈다. 중국 사회가 외국인 우대 문화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담론을 펴기에 이른 것이다.

당초 외국 유학생이 중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토록 하고 중국 학생에겐 외국 학생과의 교류 기회를 제공할 목적으로 시작된 쉐반 제도가 엉뚱하게 ‘중국인과 외국인의 평등 구축’이라는 중국 민족주의 운동을 지피는 불쏘시개가 돼버린 것이다.

중앙일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5일 "인터넷에 아프리카 유학생을 비하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있다. [중국 외교부 캡처]


민족 감정이나 국가주의를 자극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이게 사실 확인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중국의 주류 매체에 의해 전파되면서 외국인과 외국 유학생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에 그릇된 영향을 주고 있다.

급기야 지난 15일 중국 외교부 기자회견에선 “산둥대 쉐반 사건 이후 인터넷에 아프리카 유학생을 비하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뭐냐”는 질문이 나왔다. 겅솽(耿爽) 대변인은 이에 “유학생도 외국인이라 중국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rk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