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남녀 일상·행동 미시적 접근 ‘홍상수표 리얼리즘’의 출발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⑬강원도의 힘

감독 홍상수(1998년)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영화 <강원도의 힘>(1998)은 대학 강사 상권(백종학)과 제자 지숙(오윤홍)이 각각 강원도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부남 상권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지숙과 불륜관계지만 그들은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진다. 영화 1부에서 지숙은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려 강원도로 떠나고 2부에서는 상권이 교수 임용을 위해 강원도로 떠나지만 이들은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으면서 한번도 만나지 못한다.

홍상수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한국영화의 새로운 형식미를 선보였다. 영화의 소재와 인물, 내러티브의 전개 방식이 그동안 다른 한국영화에서 봐온 상투적인 패턴과는 확연히 다르다. <강원도의 힘>에서는 느슨한 내러티브 구조로 시공간을 분절하고 인과율을 파괴한다. 선악을 판단하기 힘든 평범한 인물을 등장시키고 일상적인 대사를 사용하며 관객과 영화를 분리하는 ‘거리두기’ 촬영 방식이 사용된다. 또한 대부분의 감독이 극적인 구성으로 자신이 해석한 인생의 결과를 제시하는 것과 달리 홍 감독은 타인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어 관객 스스로 판단하고 숨겨진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게 한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일상적’인 것이 영화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알렸다. 기존의 한국 리얼리즘 영화는 정치사회적 담론을 거시적으로 봤지만 홍 감독은 가장 사소하게 생각되는 개인의 일상과 행동에 주목해 미시적 심미안으로 ‘홍상수식 리얼리즘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의 영화적 방식은 인간의 본성을 냉소적으로 봤다는 면에서 전작과 연장선을 이룬다.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에서 변두리 인생을 사는 네 남녀의 탈출구 없는 일상과 애정사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냉소적으로 보는가 하면, 두번째 영화인 <강원도의 힘>에서는 사회적 부조리와 위선, 인간의 속물근성과 이중성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다뤘다.

영화 <강원도의 힘>은 한국영화를 질적으로 한 단계 성장시킨 작품으로 지금까지 홍상수 영화의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양경미/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